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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183_3540_36152320

이미지는 점들의 조합이다. 텔레비전 모니터나 디지털 카메라에 맺힌 상들은 모두 이 입자들이 만들어낸다. 고해상이라는 건 그만큼 입자가 곱다는 뜻이다. 그런데 상을 맺는 이 입자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는 노랑색인데 녹색으로 인식하거나 색깔이 있는데 검정으로 인식해 버린다. 사양이 좋은 디지털 카메라여도 이런 불량 입자는 생겨난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를 사자마자 처음 치르는 의식은 렌즈 마개를 닫고 촬영한 뒤 불량 화소를 점검해 오류를 정정하는 일이다.

 

김천수, ‘183_3540_36152320’ 중 일부분, 2016

 

대안공간 지금여기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김천수는 의도적으로 이 오류를 시각화시킨다. 픽셀 하나마다 가로, 세로 1㎝가 되도록 확대한 그의 작품에서는 이 불량 화소들이 선연한 색으로 존재감을 발한다. 작품 제목 ‘183_3540_36152320’은 전체 작품을 이루는 총 3615만2320개의 화소 중 3540개와 183개의 각기 성격이 다른 불량 화소를 의미한다. 그에게 이 입자들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기계적 결함의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완벽을 꿈꾸는 사회의 강박과 필연적 실패를 은유한다. 장비에 과부하가 걸릴수록 오류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이 입자들은 섬세하고 예민한 이들이 오작동하는 세계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량 화소가 없는 완벽한 검정은 현실에는 없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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