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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서울시청사-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그리고 ‘독일 국회의사당-파리 퐁피두센터-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차이점으로 전자는 20세기 한국 최악의 현대건축, 후자는 20세기 인류문화유산. 공통점은 모두 설계 공모전을 통해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한 해 세금을 들여 짓는 공공건축물들의 총공사비는 약 30조원에 육박한다. 상당수가 설계 공모를 통하고 있지만 명작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웃픈’ 역사적 사건을 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1931년 스탈린은 레닌 사망 후 입지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에트 의회의 건축을 결정하고 설계 공모에 착수한다. 프랑스의 르코르뷔지에를 필두로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획기적인 제안들이 쏟아졌다. 두 번에 걸친 공모 과정은 불투명했고 당선작으로 무명에 가까운 자국 건축가팀이 선정된다.

 

19세기 러시아 모스크바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왼쪽)과 2000년 복원된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이는 이후 정부가 설계과정에 개입하기 위함이었다. 확정된 설계안은 무려 100층 495m 규모. 당시 최고 381m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도 비교 불가했다. 다음은 건물이 들어설 부지 확보가 문제였다. 당시 모스크바 중심부는 역사적인 건물들로 넓은 빈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낡은 시대의 유물로 취급받던 그리스도 대성당을 즉각적으로 폭파한다. 40년간 축조한 19세기 유적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기초공사를 시작하지만, 곧바로 독소전쟁이 발발했다. 건물의 기초는 해체되어 대전차 방어용으로, 나머지 자재들은 전후 건물들 복구에 사용되고 만다. 새 정부는 스탈린의 과장된 기획의 피로감에 계획을 백지화한다. 성당이 철거된 공터는 쓰레기장으로 방치되어 골칫거리가 되었다. 거대 부지를 적은 예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뜬금없이 야외 수영장으로 탈바꿈 시킨다.

 

시간이 흘러 지난 시대의 반달리즘을 자성하며 원래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을 다시 짓자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결국 1994년 재건축을 시작하여 스탈린의 망상을 뒤로한 채 18세기 모습을 회복했다. 70년간 일어난 이 일련의 해프닝은 어마한 삽질이 아닐 수 없다.

 

근래 세종시의 정부 신청사와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설계 공모전 결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훌륭한 설계는 지어진 후 100년을 지나서도 기능한다. 발주자와 설계자는 100년 후 쓰임까지 의무가 있지만, 미래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위해 공모를 하는 것이다. 근시안적 조건들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그것이 적당히 만들어 쓰다 부수고 다시 짓는 태도와 건축을 지역의 문화를 상징하는 미래 인류의 자산으로 만들고자 하는 태도의 차이일 것이다. 새로운 건축의 체험을 통해 우리들의 의식은 변화하고 사회는 발전한다. 우리는 지금 시대의 건축 공모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미래에 전할 것인가. 그것은 분명히 후대에 기록될 것이다.

 

<조진만 |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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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