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외곽 도시빈민촌인 언동 마을 주민 쯔머이(58)가 시장에 내다 팔 민물조개류를 다듬고 있다. 2019. 캄보디아.
얼굴은 말을 한다. 가만히 서서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기쁘거나 슬퍼서 그리고 화가 나거나 우울해서 등의 굴곡이 있는 감정 상태일 때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더 많은 무언가가 담겨 있다. 살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쌓이거나 거기에 공감을 이룰 만한 인연이 덧대어지면 얼굴은 광활한 우주가 된다. 한 생명의 고고한 삶이 내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말을 건네고 살아갈 희망이 웃음을 던지며 고단한 현실이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품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의 상황이 되어 내 어깨에 닿은 그의 체온에 힘을 얻을 때도 많다. 그의 얼굴이 말을 하고 나의 얼굴이 말을 하는 것은 서로 마주하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의 얼굴에 드리운 삶을 이해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과정이자 대화의 한 방식이다. 실제 주고받는 ‘말’의 성찬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하는 그 순간의 짜릿한 감흥에 항상 들뜬다. 사진가의 농익은 촬영 기술이나 구도, 빛 따위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도 앞에 선 사람의 뚜렷한 자체성에 압도되는 그 느낌이 참 좋다. 후끈해진 경건함으로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다. 얼굴은 내게 삶을 건네준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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