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꽃송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들풀의 힘을 느끼다. 2019. ⓒ임종진
승부욕에 빠져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릴 때부터 그랬지만 학업을 이루는 시기에도 친구들과 경쟁해서 앞서겠다는 생각을 크게 한 적이 없다. 아둔한 머리 탓이기도 하지만 일등이라는 지위 역시 남의 것이라 여길 뿐 피곤하게 거기까지 갈 욕심도 없었다. 그러니 책상 앞에 앉아 날을 새운 기억도 많지 않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100m 달리기를 해도 악착같은 경쟁심보다는 뜀박질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 등수가 뒤처져도 그러려니 했다. 나름 경쟁자들 틈 속에서 뛰어야 했던 직장전선에 있을 때에도 그 생각은 여전했다. 천성적으로 남과 승부를 내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 싫다. 맨 앞자리보다는 중간쯤이 편하고 조직의 리더보다는 보좌의 역할을 하는 것에 더 만족한다.
그렇다고 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등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들이는 행복한 몰입 자체를 좋아할 뿐이다. 그러니 높은 자리에 집착하거나 욕심을 부려 남의 명망을 탐할 일이 별로 없다.
남들 잘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박수를 치며 웃는 일이 즐겁다. 나이 쉰을 넘겨서도 화려한 꽃송이보다는 그 꽃을 돋보이게 하는 주변의 들풀들에 더 마음이 쓰인다. 중심보다는 주변의 아름다움이 내게는 더 크다. 주인공이 되기보다 뒷자리에 설 때가 여전히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하기만 하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는 내 성정에 만족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등바등하며 상대를 견주어 바라보지 않는 지금의 삶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런 내 생각이 바뀌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된다면 참 다행이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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