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 아부 함단, 사드나야, 2018, 사운드 설치
2016년 국제앰네스티는 작가 로런스 아부 함단과 함께 시리아 인근 다마스쿠스 북부의 군사감옥 사드나야에서 풀려난 수감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관리하고 있는 이 군사감옥에서는, 2011년 민주화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계기로 내전이 발발한 시점부터 2015년 말까지 반정부성향의 수감자 1만3000여명이 사망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그들에게 사치였다. 폭행과 고문에 시달리며 늘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지내야 했던 그들에게는 어떤 시각 정보도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귀가 정보를 수집했다. 어떤 날에는 쇠파이프에 맞은 동료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들어야 했고, 어떤 날에는 신체 일부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발소리는 빠를 때도, 느릴 때도 있었고, 음성의 데시벨도 경우에 따라 달랐다. 감옥의 각 방은 벽으로 견고하게 나뉘어 있었지만, 모든 공간을 지나가는 통풍구와 수도관은 공간 전체를 연결했다. 소리는 벽을 타고, 관을 타고, 사드나야를 흘렀다. 소리는 환경을 탐색하는 핵심감각이 되었다.
아부 함단은 ‘에코프로파일링 기법’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잔향의 음을 연주한 뒤, 오로지 소리로만 사드나야를 기억하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이 소리가 실제로 감옥에서 들었던 소리와 일치하도록 방, 계단, 복도 등의 공간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소리에 대한 기억을 활용해 교도소의 내부를 디지털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그렇게 사드나야의 잔혹한 실상을 담은 보고서가 세상에 발표되었다.
그 후 작가는 사드나야에 대한 작업을 이어갔다. 2011년 시위 직후 감옥에서 들리는 속삭임의 크기가 과거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으니, 감옥이었던 곳이 사형자 수용소로 변했다는 의미를 담은 라이트박스를 설치했고, 건축 설계에서 사용하는 레이 트레이싱 방식으로 사드나야의 음향 흐름을 매핑하여 공간을 상상했다. 눈은 가릴 수 있어도 소리는 통제할 수 없었던 사드나야의 진실은 감출 수 없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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