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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침묵의 자신감

성 마가 교회 내부공간.


“제대로 된 화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혀를 뽑아버려야 한다. 그래야 전달하고 싶은 것이 오로지 붓질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 될 테니.” 화가 앙리 마티스가 1942년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북구 스웨덴의 건축가 시구르드 레베렌츠(1885~1975)는 바로 이 말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대다수 건축가가 과장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방식과는 달리 그는 침묵의 건축가였다. 60여년에 이르는 창작활동 동안 평생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고 따로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친 적도 없이 작업실에 은둔하며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였다. 하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가 남긴 건축의 농후한 공간 속에 구석구석 살아 숨 쉬며 오늘날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귀 기울이게 한다. 


당시 20세기 중반은 철과 유리의 첨단기술 건축을 표방한 모더니즘이 유럽을 지배하던 때였다. 대표적으로 그가 만든 스톡홀름 외곽의 성 마가 교회(1956~1960)는 놀랄 만큼 이러한 당시 유행과는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이전의 고전주의도 아닌 원시적인 새로움이 있다. 당시 지역에서 생산되던 조악할 정도로 거칠고 어두운, 극히 평범한 벽돌을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 만들었다. 그 원칙이란 오로지 표준 규격 벽돌만을 사용하되 절단하지 않고 온장만을 활용해 벽, 천장, 좌석, 제단 등 내외부 모든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벽돌을 쌓기 위한 회반죽에 주변에서 나는 점토를 더하고 줄눈을 의도적으로 흐트러트림으로써 외관은 주변 자작나무숲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독특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또한 내부 벽은 일명 ‘호흡하는 벽’으로서 수직 방향으로 만든 다수의 동공을 통해 따뜻한 공기가 순환되도록 하여 춥고 긴 겨울에도 훈훈한 공간을 만든다. 오늘날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치장 벽돌이라는 일명 콘크리트 구조체에 겉치레로 붙인 장식이 아닌 벽돌 한 장 한 장이 구조체이자 마감이고 가구가 되어 공간 전체를 통일감 있게 아우르는 신전과도 같다. 


주변 자작나무 숲에 녹아드는 외벽.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하는 것은 어제 했던 방식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 등 함께 작업했던 이들로부터 전해지는 그의 창작 태도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우리는 사물을 만들고 볼 때 말과 수사의 번지르르함을 제거하고 그의 건축처럼 마음으로 깊이 보고 눈으로 꼼꼼히 생각한다면 성취하고자 하는 진리에 더욱 가까울 것이다.


<조진만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