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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서울의 속살 채석장 전망대

서울의 풍경은 굽이치는 산들과 언덕들의 자연과 도시가 묘하게 어울린 독특한 매력이 있다. 우리는 높은 곳에 올라 자연이라는 경관을 자신의 깊은 내면세계와 결합해 우리가 경험치 않고 보지 못한 감성의 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마주한 풍경을 벗어나도 그 장소는 향수로 우리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게 된다. 풍경은 나를 통해 스스로 사유하며, 나는 그것의 의식으로 성립된다. 세잔의 말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망봉 채석장 절개지.


풍경은 거기에 일어나는 여러 상호 관계의 놀이 속으로 우리를 흡수하기도 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긴장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또한, 그 안의 뭔가 특별한 것이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일깨우는 것 같기도 하다. 전망대에서 원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꿈에 빠지기도 하고 몽상가가 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지각적인 것은 감정적인 것으로 바뀌고, 사물의 물리성은 흐릿해져 저 너머로 이어지는 무한함 속에 잠겨버린다. 발아래 드넓게 펼쳐진 풍경 속에서 관찰자에게 그것은 단순한 지역 일부분이 아닌, 우리 삶이 끊임없이 활력을 얻는 근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서울의 맑은 바람과 높은 하늘을 만날 수 있는 서울의 옥상 창신동. 창신동은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이다. 창신동 채석장은 일제강점기에 채석장으로 운영됐으며 현재 잘린 땅이 곳곳에 남아있다. 한국은행, 옛 서울역, 옛 서울시청,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을 때 이곳에서 나온 돌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나오는 화강암의 질이 좋았고 위치가 동대문 바로 밖이기 때문에 실어 나르기에도 편리했다. 해방 이후에 채석장 사용은 중단됐고 1960년대 무렵에 사람들이 들어와 마을을 이뤘다. 채석장 절개지는 창신숭인 지역의 독특한 주거지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아파트 공화국이 될 뻔한 이곳은 주민들의 반대와 자립으로 도시재생지역 1호로 지정된 마을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것보다는 이곳만의 방식, 사람 냄새를 제대로 풍기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채석장은 어느새 100년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현재는 방치된 채 자원회수시설, 청소차량차고지, 무허가주택, 경찰기동대 등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다. 비록 아픔과 서러움이 담겼지만, 이제는 모두가 가꾸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역사문화 자원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을 모으는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는 프로그램과 낙산공원 등 주변 지역과 연계해서 장기적인 도시재생 거점 공간으로 그 숨겨진 잠재성을 캐내야 할 시점이다.


<조진만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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