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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50+1

임재천은 뚜벅이 사진가다. 운전을 못하는 탓도 있지만, 설령 누군가의 차를 얻어타고 간다 해도 그는 발로 걷고 몸으로 느껴 국토 풍경을 담는다. 그의 풍경 속에는 사람이 빠지지 않으니 그는 사람을 만나러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셈이다.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들은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밥벌이를 해나가는 평범하고 소박한 이들이다. 그런데 이런 가식 없는 삶과 장소에만 마음이 가는 사진가들은 어떻게 밥벌이를 해결할까. 산천을 걸으며 사진으로 시절을 담는 일이 한곳에 붙박고 사는 이들에게는 꽤 멋진 한량 직업으로 비칠지 모르겠으나 사진가 본인에겐 밥을 낳지 못하는 노동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밥이 안된다고 해서 일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니 작가로선 난감한 노릇이다.

 

임재천, 속초시 청호동, 2016

 

이런 이들을 응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중에서도 임재천의 50+1은 꽤 놀랍다. 각기 100만원씩을 후원하는 50명의 평범한 후원단이 꾸려지는 순간 임재천은 한 달에 열흘씩 일 년 동안 120일을 촬영에 나선다. 촬영 후 1차로 선별한 150장의 사진 중에서 50명의 후원자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씩 고르면, 작가가 고른 마지막 1장을 덧대 전시를 꾸린다. 사진 선정이 중복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후원을 결심한 이는 150장 중에서, 그다음은 한 장 적은 149장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전시를 마치면 벽에 걸렸던 사진은 해당 사진을 고른 후원자에게 돌아간다. 작품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나는 일종의 사전 작품 소장인 셈이다. 총 10년에 걸쳐 6개 도와 3개 시를 기록하려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제주도를 거쳐 이번 토요일에 전시가 막을 내리는 강원도까지 2회를 성공리에 마쳤다. 50명의 마음과 함께 걷는 그의 다음 행선지는 부산이며, 현재 36명의 후원자가 정해졌다. 첫 해보다 후원 속도는 더디지만, 그가 아홉 번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좋겠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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