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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남에게 관심이 없는 세상이라지만,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또 어떻게 해야 스스로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일련의 사건을 되짚어 내는 일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을 거슬러 가는 과정이다. 그 시간 속에는 한때 미치도록 보고 싶던 이도 살고 감추고만 싶던 부끄러운 일들도 숨어 있다. 어쩌면 적당한 용기와 뻔뻔함 없이는 그 시간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박정근, 나를 구성하는 공간 #07, 2013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정근이 스스로를 향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건 자신이 찍은 이들에 대해서 아는 게 의외로 많지 않다는 회의 때문이었다. 관심이 있다는 핑계로 사진을 찍지만 그건 결국 피사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스스로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경우일 때가 더 많았다. 누군가를 더 잘 찍기 위해서라도 나를 카메라 앞에 세워보는 일, 그것은 조금 거창하게는 사진가로서 치르는 세례식이었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를 찾아가 스스로와 마주한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나 자취방처럼 일정 기간 머물던 곳부터 짧지만 특별한 기억이 얽혀 있는 숲이나 여행지까지 그 장소는 다양하다. 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그곳에 놓임으로써 가식없이 당시의 상황과 감각을 소환한다.

 

그러나 맨살갗의 솔직함과는 달리 사진 속 스스로의 모습은 아주 작거나 흐릿하다. 스스로는 결코 그 장소의 전부일 수 없고, 그 장소에 깃든 기억이라 할지라도 온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 작업을 핑계삼아 머물던 제주 수산리, 그곳의 폐허가 된 수영장에서 작가는 보일 듯 말 듯 벽에 달라붙어 있다. 그것은 흡사 벽에 붙은 기억의 파편처럼 보이기도 하고, 벽을 통해 기억의 텔레파시를 전달받으려는 구도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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