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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암에 관한 백과사전식 해부

암은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공포다. 이 공포는 극심한 통증, 끝없는 두려움, 슬픈 이별이라는 말들을 동반한다. 분명 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세포지만, 내 몸의 일부라 하기에는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어 헛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덩어리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 의술이라는 이름을 빌려 병원은 수술도 하고 처방도 하지만, 그 과정은 이성적이다 못해 차갑고 냉정하게만 느껴진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병을 핑계 삼아 마음이 분열을 시작하는 이유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의사에게 암은 무엇일까. 그것은 낱낱이 파헤쳐야만 하는 연구와 정복의 대상이다.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이다.

노상익, 환자의 병원 아이디, 2014


외과의사 노상익은 자신의 블로그에 암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 수기로 써내려간 진단서를 비롯해 처방 내용, 환자의 병력, 수술 마지막 단계에서 기록한 심장박동 그래프, 수술에서 떼어낸 암세포까지. 전문 용어로 가득 찬 메모들은 해독 불가능한 암호처럼 보이기도 하고, 몸에서 떼어낸 암세포의 사진은 죽음을 날것 그대로 응시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수술 장면과 환자들의 치료 과정까지를 사진으로 남긴다. 환자들의 앨범 사진을 모으거나 그가 살던 곳을 사진으로 찍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의술을 지닌 그가 사진술을 빌려 사진가라는 또 다른 수식을 갖는다. 동시에 암환자 삶을 기록하는 대변인이자, 수술 장면까지를 찍는 침입자가 되기도 한다. 오는 21일부터 스페이스22에서 ‘블로그: 외과 일기’전을 여는 노상익은 이렇듯 암을 둘러싼 백과사전식 해부를 시도한다. 암이 간단치 않은 세포인 것처럼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의 층위 또한 복잡하다. 신기한 건 대체로 차가운 그 이미지들 속에서 공포이든 슬픔이든 불현듯 뜨거운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송수정 전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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