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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고가 하부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차도는 1968년 만들어진 940m 길이의 아현고가였다. 산업화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교통량을 감당하기 위해 도로를 공중으로 들어 올린 고가차도는 근대화의 찬란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전국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환경적으로 집과 거리에 그림자를 만들고 사회적으로 지역을 단절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가를 허물고 아래 하천을 복원하거나 구조를 보강해 상부에 공원을 만드는 수고를 하고 있다. 이런 급진적 시도들을 전반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기능상 철거가 쉽지 않은 고가가 서울에만 180여개에 달한다. 고가 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는 면적으로 따져보면 여의도의 절반, 축구장 200여개에 맞먹는 규모다.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고가 하부 공간은 주로 노.. 더보기
허니문 건물 입면 대부분을 전광판으로 뒤덮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시공간 안에서 현실감을 장착하는 건 어색하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이다 못해 ‘우주의 중심’이고자 한다는 이 ‘세계의 교차로’에 들어서면, 빠른 섬광을 날리며 롤리팝처럼 돌아가는 현란한 광고 영상에 시선을 빼앗겨 생각을 멈추기 일쑤다. 타임스스퀘어 연합이 뉴욕 광고 클럽과 제휴하여 광고용 전광판에 ‘예술’을 담기 시작한 것은 더 다양한 홍보 콘텐츠를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능하고도 불가능한 모든 것을 끌어와 배양하고, 활용도 만점의 콘텐츠로 성장시키는 역량을 과시하여, 100년 이상 오락, 문화, 도시 생활의 아이콘으로 군림해 온 타임스스퀘어의 창의성과 에너지를 무한 작동시킨다. 이 모든 작업은 파트너들에게 여기 전광판이.. 더보기
산책 날이 따뜻해 공원으로 산책을 갑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습니다. 서로 짖기도 하고, 냄새를 맡기도 하고, 같이 잡기놀이도 하며 추운 겨울 집 안에만 있어야 했던 답답함을 친구들과 풀고 있는 듯합니다. 강아지 주인들도 서로 한마디씩 하며 강아지들이 노는 동안 짧은 대화를 합니다. 강아지를 위한 산책인지, 주인을 위한 산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운 산책으로 잠시나마 혼자인 것을 잊어봅니다. 더보기
사진 한 장 느낌 둘 상황 하나. 사진 속 누군가의 어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거나 한 점 잡숴 봐아! 배고프잖여어?” 오랜만에 만난 옛 지인을 향한 반가움 가득하게 건네셨을 말인사가 그대로 들렸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우셨던 듯 쑤욱 팔을 내밀어 가래떡 한 점을 권하시는 어머니의 온정이 방앗간의 후끈한 열기를 더욱 채워주었다. 한 장의 사진이 가진 기운이 모락모락 따사롭기만 했다. 상황 둘. 이 사진을 찍은 당사자이자 주인공 어머니 아들의 마음도 말을 걸어왔다. “아휴! 초점도 나가고 빛 노출도 안 맞고. 엉망이네요.”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넋을 놓다가 부랴부랴 셔터부터 눌렀다는 그는 내심 실망한 눈치였다. 그러나 엉망일 이유도 잘 못 찍은 사진도 아닌, 사진 자체가 어머니를 향한 사랑의 눈길이었음을 충분히 .. 더보기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자가당착 지난 1일 임명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15년 한 칼럼을 통해 “관장 공모 형식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술관에 관장이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역량 있는 적임자가 응모할 수 없는 구조”라고 썼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공모로 뽑는 현행 제도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불과 3년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정권이 바뀌자 없애야 한다던 관장 공모에 나선 모순을 드러냈고, 제도 자체를 ‘촌스럽다’고까지 한 소신은 온데간데없이 임명장을 받았다. 윤 관장은 같은 칼럼에서 당시 관장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해 인사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한데 문체부는 이번에도 인사 잡음을 냈다. 공직자의 최소 기준인 역량평가를 건너뛰려다 이미 .. 더보기
시계 지우는 사람 다른 시간대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국제공항에서 시계는 사람들을 통제한다. 시간대를 넘나드는 동안 신체 시간이 엉켜버린 이들은, 시계에 의지하지 않고는 시간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국제선 라운지에서 유럽 대륙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여행객이라면, 천장에 매달린 대형 시계 속 노동자의 안내에 따라 현재 시간을 확인한다. 파란 작업복을 입은 그는 3m 높이의 시계 안에서 1분마다 분침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현재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롤러로 시곗바늘을 그린 뒤, 잠시 시계 안을 서성이거나 구석에 세워둔 붉은색 양동이에 노란 걸레를 헹구면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다음 1분이 다가올 즈음이면 다시 노란 걸레를 들고 분침을 지운다. 롤러는 다음 ‘분’으로 향한다. 언제 출근과 퇴근을 하는.. 더보기
천 개 언덕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 ‘천 개 언덕의 나라’로 불리는 곳이 있다.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있는 대부분의 국토가 수많은 산과 구릉으로 이루어진 데다 그 모습이 구름언덕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 중심부에 콕 끼어 있는 이 작은 나라 ‘르완다’의 역사는 기구하다. 서구 열강의 분열적 식민지배로 심각한 민족 간 갈등을 겪으며 수백만명의 사상자들이 발생했던 가슴 아픈 내전의 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의 참상을 기록한 몇 장의 사진들은 송곳처럼 가슴에 박혀 오래도록 남아 있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처음 이 나라에 발을 딛게 된 날 아련한 감흥이 먼저 일렁였다. 얼굴을 스치는 사람들마다 같은 느낌이 반복되었다. 과거의 상처에 기댔던 아픈 마음은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떨쳐낼.. 더보기
졸업, 입학, 입사, 인사이동 등을 거치면서 우리들은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나의 옆에는 누가 앉을까? 좋은 사람이 와야 할 텐데? 싫어하는 사람이 오면 어떻게 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짝을 기다려 봅니다. 좋은 사람이 오면 다행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올 한 해는 이 짝과 함께 보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보면서 저도 좋은 짝이 되어야겠습니다. 더보기
건축가의 역할 비가 내리치는 어느 저녁, 현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사무실에 그가 설계한 위스콘신의 윙스프레드 주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중요한 손님들을 초대한 식사 도중에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 난감한데, 어떻게 된 거죠?” 라이트는 당황한 기색 없이 “식탁 위에만 빗물이 떨어집니까?”라고 물었다. “그렇소. 음식들 바로 위에!”라는 대답을 들은 라이트는 “그렇다면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식탁을 옮기시고 식사를 계속하십시오”라고 했다. “…?” 건축가의 황당한 처방에도 집주인은 이후 라이트가 설계한 집에서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빗물이 조금 새는 것쯤이야 시공기술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후 간단히 해결됐다. 그가 자랑스럽게 여긴 것은 그 집의 공간적 가치였던 것이.. 더보기
행복한 삶의 기록에서 삭제된 부분 요나스 메카스(1922~2019)의 편집실에는 1950년 이후 지금까지 작품을 완성하고 남은 필름조각을 담은 통이 잔뜩 있었다. 90번째 생일을 몇 달 앞둔 2012년 어느 날, 그는 이 빛바랜 푸티지 가운데 1960년부터 2000년 사이의 장면들을 추려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로 한다. 그의 작업이 늘 그렇듯, 필름통에서 건져 올린 가족의 일상, 친구의 모습, 도시며 자연의 소소한 풍경, 고향 리투아니아로의 여행 장면이 ‘무작위적이고 우연적인 질서’에 따라 연결되어 한 편의 서정시처럼 흐른다. 한때는 ‘완성작’에 적합하지 않아 잘려나갔던 장면이지만, 카메라가 스치듯 포착한 그 모든 순간은, 삭제되었던 과거가 무색할 만큼 아름답다. 오래된 필름을 편집하면서 그는 지금은 사라진 것들, 떠나간 사람들을 만났.. 더보기
나의 방 38년 만에 다시 바라본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취조실 창문. 지난주 이야기의 주인공 고 김태룡씨가 생전에 직접 찍은 사진이다. 처음에 그는 자신에게 고문수사가 행해졌던 취조실을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욕조와 세면대, 침대 등 고문도구로 쓰인 내부 시설 일체가 대부분의 모든 취조실에서 사라져 있기 때문이었다. 박종철 열사가 숨진 곳으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509호를 자신의 방이라 ‘우기는’ 촌극도 있었다. 그는 기억을 계속 더듬었다. 당시 수사관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 겨우 주먹 하나 들어갈 넓이의 저 창문에 얼굴을 댔던 순간을 떠올렸다. 전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제야 가늠할 길 없는 이곳이 전철역 어디쯤이구나 싶었다던 기억. 열다섯 개의 취조실 중 그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은 서쪽 끝부분에만 있었.. 더보기
다양한 사람들 그림 전시를 했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조용히 둘러보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특이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림 보며 화내는 사람, 방명록에 그림을 그리고 자기 그림 어떠냐는 사람, 그림 하나하나 꼼꼼히 다 보고 가는 사람, 작품을 건드려서 부서뜨린 사람, 뭐 먹을 거 없냐는 사람, 전시장 구석에 앉아서 애인과 빵 먹고 가는 커플 등등…. 세상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또 그 사람들 하나하나가 좋아하는 그림들도 다 달랐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그림, 다양한 반응들이 재밌는 전시회였습니다. 더보기
도시 흉물 양산 ‘건축물미술작품제도’ 필요한가 공공장소에 놓인 미술을 공공미술이라 한다. 수준 높은 공공미술은 시대의 번역이자 정체성을 반영하는 기호이면서, 인간 감성을 환기시키는 심리 환경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공공미술을 일컬어 ‘공공재’라고도 부른다. 대가 없이 불특정 다수가 공동으로 마음껏 향유할 수 있고, 사회 구성원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개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공공미술을 공공재라고 하면서 적지 않은 작품의 제작·설치 비용을 민간이 떠안는다. 정부지원금은 없다. 도리어 거리를 오가는 다중의 선호를 고려해야 하고, 적절한지 여부를 다루는 지자체 심의까지 거쳐야 한다. 내 땅에 내 돈으로 세우는 것임에도 그렇다.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건축물 준공검사도 받기 힘들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야 한다. 1만㎡ 이상 건축물.. 더보기
[정태춘의 붓으로 쓰는 노래]노래, 마음이 부르지 입에서 말들이 쏟아집니다. 생각이 말을 밀어내지요. 그러니, 조심해야 합니다만 생각들이 통제당하면 또 병이 납니다. 마음이 생각을 만듭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노래가 되고요. 그런데 때론, 마음이 닫혀버리는 때도 있답니다. 아니면, 생각이 닫히고, 말이 닫히고… 그게 다 병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근래의 몇 년… 내 노래요? 내 안에 너무 깊숙이 가라앉아 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걸 병이라 하지는 않고 다른 것에 열중이지요. 붓으로 쓰는 이야기들, 그것도 “말”이고 “노래”라고요. 아직은 마음이 있고, 생각이 있고, 말이 있답니다. 내 안에…. 더보기
관용의 배 일리야와 에밀리아 카바코프는 다른 대륙, 서로 다른 문화환경에서 성장하고 다른 정체성을 가진 어린이들을 예술언어로 교육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기획했다. ‘관용의 배’라고 명명한 이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민족의 어린이들과 예술가들이 ‘관용’을 주제로 3~4주 워크숍을 하고,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돛을 만들어 배에 달고 출항시키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이 작업의 바탕에는 인류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공감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름을 지켜나갈 수 있는가 하는 카바코프의 질문이 담겨 있다. 더불어 이 작업은 분열된 공동체를 예술의 이름으로, 어린이의 순수함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시도해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작가들은 문화권마다 관용을 어떻게 해.. 더보기
남영동 대공분실의 숨겨진 주인공 영화 의 또 다른 주인공은 ‘남영동 대공분실’이지 않을까. 알려진 바와 같이 이곳은 32년 전 대학생인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 끝에 사망한 곳이면서, 오래도록 민주화운동가들에게 수사를 빙자한 고문으로 극심한 고통이 가해진 비극의 현장이다. 평소 찾는 이들이 극히 드물었던 이곳은 영화가 ‘뜬’ 후 수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개봉 이전부터 이곳을 찾았던 한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 1979년 삼척고정간첩사건 피해자 고 김태룡씨. 그는 군부정권 시기 수도 없이 조작된 간첩사건의 한 희생양이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무자비한 고문을 받은 실제 당사자다. 간첩이라는 사회적 매장의 그늘 아래 모진 삶을 살아온 그는 2017년 2월 38년 만에 다시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치욕스러운 당시의.. 더보기
안 본 눈 삽니다 보기 싫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안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자꾸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피할 수도 없습니다. 적당히 안 본 체하고 넘어가려 하지만, 잊히지 않고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정말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을 안 본 눈을 사고 싶습니다. 더보기
20세기 그들의 이상과 21세기 우리의 망상 ‘주택은 살기 위한 기계’와 어떠한 기능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 공간(Universal Space)’. 위대한 근대 건축가로 칭송받는 르코르뷔지에와 미스 반데어로에의 주된 건축적 사상이다. 지난 20세기 건축은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 두 가지 생각에 기초했다. 전자는 철저한 기능 분리에 따른 고밀도화, 후자는 특색 없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모습으로 우리의 거주 풍경을 지배하였다. 르코르뷔지에는 1925년 역사 도시 파리 한복판에 거대한 간선도로에 인접하고 빛과 녹음이 풍부한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을 상상하고 설계했다. 그는 이를 이상적인 미래 도시로 보았다. 이보다 3년 앞선 1922년 미스 반데어로에는 베를린의 낮은 석조 건물들 사이에 유리로 된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의 초고층 건축물을.. 더보기
뮤지엄 리그 옛날에, 독일 출신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요새,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모든 사람이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야심찬 아이디어에 뿌리를 둔 소소한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이다. 예산이나 수장고에 대한 고민 없이도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도록 그는 하루 한 개 포스팅을 한 뒤 다음날 삭제해서 결국 매일 한 점의 ‘작품’만 전시하고, 한 점씩 배포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이고, 메이드인카텔랜드의 웹사이트에서 자화상을 활용한 ‘얼간이 죽이기’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뉴욕의 구겐하임, 바젤의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베를린의 함부르크 반호프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함께 ‘모두.. 더보기
따뜻한 겨울 국내외 여기저기 인연 닿는 대로 다닐 때 종종 누군가의 어머니들과 수다를 떨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만히 숨을 교환하며 그들의 나직한 음성과 몸짓에 집중하다 보면 눈과 귀부터 들뜨기 마련이다. 어머니들은 낯선 이방인이 쑥스럽게 내민 손을 넉넉하게 품어주기 마련이었고 나는 그 순간만큼은 마치 자식이라도 된 듯이 아기웃음을 내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세상에서 만난 누군가의 어머니들을 내 어미 못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상황에 따라 함께 기뻐하거나 아파하기도 하고 웃거나 울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나는 내 어머니의 숨소리를 듣는다. 1월은 참 춥다. 겨울 한가운데이니 당연한 소리인데 몇 겹의 옷을 껴입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 몸보다는 가슴에 고인 찬바람이 더 시린 이유는 그리움 탓이다. 2년 전 이맘때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