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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열망 1899년 8월 어느 달 없는 밤, 해양생물학자 루이 부탕은 프랑스 남부 바뉼쉬르메르 지역의 바닷가에서 배에 짐을 싣고 있었다. 산소를 채운 커다란 나무통과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램프 등 온갖 장비를 싣는 데에만 1시간이 걸렸다. 대단한 해양탐사가 시작되는 낌새를 풍겼던 루이 부탕의 목표는 당연히 미지의 해양생물일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바닷속에서 연구한 대상은 바로 ‘사진’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수중사진’이 바로 그날의 연구 결과다. 루이 부탕은 수심 50m에서 루마니아의 해양학자 에밀 라코비차를 촬영했다. “Photographie Sous Marine(수중사진)”이라고 쓰인 팻말을 든 모델과 촬영자는 사진 한 장을 위해 수심 50m에서 30분 동안 질소마취에 시달려야만 했다. 최신식 장비.. 더보기
버려진 신의 껍데기들 어떤 연유로 신내림을 받고, 또 어쩌다 신과 소원해지는지 무당마다 다른 사연이 넘쳐나겠지만, 신기를 잃은 무당은 그간 당집에 애지중지 모셨던 ‘신상’을 내다 버린단다. 관상학에서 말하는 호상, 당대 가장 이상적인 사람의 얼굴을 담아 만들었다는 불상 등 세상의 좋다는 형상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짜깁기해 자신의 신상을 만들고, 그 앞에서 굿을 해 신령을 모셨을 테지만, 끝이 오면 의미와 정성, 시간을 쏟아부었던 형상들과 가차 없이 이별한다. 그들이 버린 신의 껍데기가 현대인들의 그림자에 주목해온 작가 김형관의 손에 들어왔다. 영험함을 상실한 최영 장군, 산신, 벅수동자, 선재동자 상은 2012년 그의 개인전 전시장에 등장한 이후 창고에 잠들어 있다가 2018년 ‘경기천년 도큐페스타’의 전시, ‘경기 .. 더보기
순한 양아저씨 주인 말 잘 듣는 순한 양아저씨가 있습니다. 이거 내일 아침까지 해라. 저거 네가 대신해라. 바쁘니 야근해라. 불만 있니 웃어라. 순한 양아저씨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가을날 주인이 양아저씨 털을 다 깎아버리고선 이제 필요 없으니 그만 나가라 합니다. 순한 양아저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늑대들이 숨어 있는 찬바람 부는 허허벌판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더보기
80년생 아파트 우거진 나무들은 녹색 파도처럼, 아파트는 떠다니는 하얀 배처럼 보인다. 녹색 바다를 이루는 나무들은 아파트의 나이테 역할을 한다. 몸집의 크기로 아파트 연령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마흔을 앞둔, 1980년생 둔촌주공아파트는 철거를 진행 중이다. 오래된 아파트가 허물어진 자리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도시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렇게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변화해야만 도시는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태어나 어른이 되기까지 생애주기를 아파트 단지와 동기화한 이들에겐, 그저 ‘흔한 일’로만 단념할 수 없다. 이곳이 고향이자 기억의 뿌리인 80년대생 아파트 키드를 중심으로 둔촌주공아파트에 관한 기억을 간직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 사진을 찍은 최종언 또한 아파트 키드이자 아파트 덕후다. 트위.. 더보기
박세당 고택 의정부 장암역 주차장 맞은편에는 하나의 판에 4개나 되는 문화재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서계 박세당 사랑채와 박세당 묘역, 노강서원, 석림사 등의 존재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수락산 등산로이기도 한 계곡변 좁은 도로를 따라 잠시 오르노라면 계곡 건너편에서 고즈넉하게 계곡 쪽으로 긴 처마를 드리우고 있는 오래된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박세당 고택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계곡 쪽에 위치한 출입구는 문이 잠겨 있어 고택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여 계곡과 고택의 지붕이 어우러지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오르던 길을 잠시 멈춰서 본다. 도로가 등산로이다 보니 연변에는 등산객을 상대로 한 음식점과 간판들이 무질서하게 늘어서있어 고풍스러운 한옥의 풍광이 제 맛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등.. 더보기
익숙함과 낯섦 사이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다. 그 새롭고 낯선 것에 호기심이 발동하는 일은 순간, 곧 익숙해진다. 그러다가 이제는, 어쩌다 낯선 상황을 만난다 해도 “이 정도 낯섦쯤이야!” 하고는 과거의 경험을 응용하여 적용하는 수준에 도달한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에서 능숙하게 패턴을 발견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세상에 새로울 것은 별로 없다. 익숙해서 편안하거나 지루하거나. 그 쳇바퀴 안에서 평범한 일생은 흘러갈 것이다. 소소한 개인사뿐만 아니라 사회, 제도처럼 많은 이들의 삶이 얽혀 있는 영역에서도 사람들은 점차 무감각해진다. 한번 자리 잡은 ‘익숙함’을 흔드는 일은 쉽지 않다. 작가 안정주는 그 익숙함이라는 표피를 전혀 다른 감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또 다른 질서를 만들고, 이를 통해 현실을 재발견하는.. 더보기
아는 얼굴 한 사내가 심각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1839년에 촬영된 낡은 사진은 비록 유령처럼 희미하지만 헝클어진 곱슬머리와 오뚝한 콧날, 진지한 눈빛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코닐리어스, 미국 사진술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그럼, 이 사진의 촬영자는 누굴까? 바로 코닐리어스 자신이다. 프랑스에서 사진의 발명을 공표한 1839년과 같은 해에 벌써 셀카 사진이 등장한 셈이다. 코닐리어스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아버지의 램프 가게 뒤편에 설치한 카메라 앞에서 10분가량 꼼짝 않고 있다가 자신의 얼굴을 얻었다. 최초의 사진술인 다게레오타이프로 촬영된 이 사진은 세계 최초의 셀프 포트레이트로 간주된다. 170여년 전 코닐리어스의 첫 장 이후, 오늘날 셀카 사진은 하루에 3억5000장이 인터넷에 올라온.. 더보기
가을 전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구이의 냄새. 그런데 정말 시어머니는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전어를 구웠을까요? 홀아비로 지낼 불쌍한 아들과 엄마를 찾는 가여운 손주, 그리고 이 둘을 다 보살펴야 하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집 나간 몹쓸 며느리지만 돌아오길 바라는 건 아닐까요? 또 그렇다고 무능한 남편과 힘든 시집살이에 지쳐 집 나간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을 전어를 구우며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대뜸 집으로 돌아갈까요? 며느리는 엄마 찾아 울고 있을 불쌍한 아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려 그 집을 기웃거리다 가을 전어를 굽고 있는 시어머니 옆에 있는 아이를 보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 건 아닐까요? 더보기
초속 5센티미터 빛이 1초에 30만㎞를 가고, 소리가 1초에 340m를 갈 때, 벚꽃은 5㎝를 갔다. 사실은 떨어졌다. 데뷔 초 1인 창작자로 주목받던 작가 신카이 마코토는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벚꽃잎의 ‘느린’ 속도에 기대, 사랑과 상실, 그리움, 그리고 무기력의 감정을 소환했다. ‘초속 5센티미터’에 등장하는, 한때 어렸던 두 주인공은 같은 학교라는 가까운 거리 안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의 속도를 높인다. 이후, 여자주인공이 1500㎞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간 뒤, 물리적 거리와 마음의 거리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이들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여자 친구를 만나러 길을 떠난 어린 그는, 마침 쏟아져 내린 폭설 때문에 역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 정차하고 느리게 달리는 기차의 속도에 반비례하여 달아오르는 마음에 고통을 받았다.. 더보기
동물원과 권총 1906년 이색적인 구경거리를 준비한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은 흥행 중이었다. 나이 23세, 키 150㎝, 몸무게 45㎏, 난생처음 본 동물 앞에서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던져주며 환호했다. 몇몇 구경꾼들은 내심 기대했던 눈요깃거리가 못 되자 야유와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격렬한 환호와 야유를 한몸에 받은 새로운 구경거리는 바로 인간이었다. 아프리카 콩고의 피그미족 오타 벵가(Ota Benga)는 브롱크스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에 전시됐다. 그는 1904년 콩고를 침략한 벨기에군의 학살로 가족을 잃은 후 생포되어 노예 상인에게 팔렸고,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만국박람회와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됐다. 동물원에 온 이후, 처음에는 사육사를 도와 침팬지에게 먹이를 주며 동물들을 돌보기도 했지만, 차츰 자신의 .. 더보기
목마 먼 길을 달려서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갑니다. 아무리 차가 막히고, 잠이 쏟아져도 부모님이 계신 그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주름진 아버지의 미소와 어머니의 투박한 음식은 먼 길 달려온 피곤함을 날려 버립니다. 부모님 앞에 앉은 나이 많은 아들은 철없는 아이로 돌아가 행복한 잔소리를 듣습니다. 더보기
우저서원 김포대로 북변 사거리에서 서남쪽 방향으로 이어진 중봉로로 접어든다. 직선의 도로가 크게 왼쪽으로 선회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오른쪽으로 이어진 좁은 길로 내비게이션이 나를 안내한다. 좁은 길로 300m가량 직진하니 왼쪽으로 연잎이 무성한 연못 뒤쪽으로 우저서원의 단아한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저(牛渚)서원은 중봉 조헌(重峯 趙憲, 1544~1592)의 생가 터인 김포시 감정동에 인조시대인 1648년에 지어진 서원이다. 중봉 조헌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도끼를 지고 일본 사신의 목을 벨 것을 청하는 도끼상소로 유명하다. 이듬해 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켜 왜군에게 점령되었던 청주성을 탈환하고 금산전투에서 10배가 넘는 왜군과 맞서 싸우다 700의사와 함께 전사한 의병장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1671년에.. 더보기
추수감사절 이후 박모의 단식 1984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박이소(당시 이름 박모)는 교회 자선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인 가정의 추수감사절 만찬 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신께 감사하며 다른 인종, 타 문화인에게까지 ‘은혜’를 베푸는 이날, 미국인들은 칠면조, 옥수수, 으깬 감자, 호박파이, 크랜베리 소스를 비롯하여 새 곡물로 만든 푸짐한 음식을 저녁식탁에 올리고, 미소로 동양인을 맞이했을 거다. 요새는 인간의 ‘은혜로움’이 더 멀리 뻗어나간 덕분에, ‘사면식’을 치른 칠면조는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대신 동물원이나 농장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다. 트럼프도 이 사면식에 동참했다 하니, 칠면조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은혜의 상징이다. 그날 이후 박모는 사흘간 밥을 굶었다. 단식.. 더보기
마주 앉기 밤하늘의 별도 따준다던 그 사람, 꽃보다 더 예쁘다던 그 사람,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던 그 사람. 말 안 해도 다 알 수 있다던 그 사람. 이제는 시간이 흘러 더 가까이 오랜 시간 같이 있게 되었지만, 그때의 그 감정은 점점 희미해지고 익숙함만이 남았습니다. 오늘 다시 예전처럼 따뜻한 커피 한잔 놓고 마주 앉아 눈을 보며 이야기해봐야겠습니다. 더보기
서울의 목욕탕 오래되고 낡은 목욕탕 안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물함과 텔레비전, 냉장고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손님이 줄었거나 혹은 자판기라도 들여와서 퇴역했을 냉장고는 본연의 임무 대신 텔레비전 받침대로 사용된다. 플러그가 꽂혔던 왕년에는, 목욕을 마친 꼬마들이 저 냉장고에 뽀얀 얼굴을 들이밀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바나나 우유와 딸기 우유 사이에서. 사진책 (6699프레스, 2018)에 담긴 장면 중의 하나다. 책은 서울에 위치한 30년 이상 된 목욕탕 10곳의 일상적인 풍경과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집해 전달한다. 시간의 무게에 부서지고 허물어지는 목욕탕의 외관에서, 대야와 앉은뱅이 의자 등 더 이상 새것으로 바뀌지 않을 목욕탕 기물에 묻은 손때까지 모두 사진에 살뜰하게 담겼다. 그 이미지들은.. 더보기
다바왈라의 점심 다바왈라는 인도 뭄바이의 도시락 배달부다. 그들은 고객의 점심을 가정에서 받아와, 기차로, 수레로, 자전거로 오후 1시 전까지 사무실 책상에 배달한다. 고객이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빈 도시락통 ‘다바’를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비로소 일이 마무리된다. 여름에도 격식을 갖춰 하얀 긴팔 셔츠를 입는 인도 남성들에게 점심 도시락통과 함께하는 출퇴근이란 안될 말이다. 한 명의 다바왈라가 50명의 도시락을 책임지고 배달하는 시스템 덕분에 평균 2시간 안팎의 출근길이 가볍다. 다바왈라의 활약은 어느새 100년이 넘었다. 첨단 기술도, 전문 지식도 없이, 심지어 문맹자들까지도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인간노동력 중심’ 다바왈라 배달 시스템은 8000만건 가운데 사고는 300~400건에 머물 정도로 정확하다. 페덱스.. 더보기
광대 알록달록 옷을 입고 광대짓을 합니다. 구르고 넘어지고 마술도 하며 사람들을 웃깁니다. 넘어져 아프고, 힘들어 짜증 나도 언제나 웃고 있습니다. 나에게 화를 내고 비웃고 욕을 해도 언제나 웃고 있습니다. 내 감정은 그게 아닌데 언제나 그렇게 웃고만 있습니다. 더보기
검은 장갑 1968년 10월17일 멕시코 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200m 시상식이 열렸다. 미국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영광스러운 자리인 시상식에는 기쁨과 환호 대신 한숨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시상대에 맨발로 올랐다. 미국 국가가 나올 때 고개를 푹 숙이고 검은 장감을 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른바, 흑인 저항운동 ‘블랙파워’에 지지를 표시하는 ‘블랙파워 설루트(Black Power Salute)였다. 스미스의 목에 두른 검은 스카프는 흑인의 자존심을 상징하며, 카를로스가 지녔던 묵주는 희생당한 흑인들을 기리는 것이었다. 이후 두 선수는 메달을 박탈당하고 선수촌에서 추방됐다. 50년 전의 그들을 닮은 풋볼 선수 콜린 캐퍼.. 더보기
김포성당 올여름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114년 만의 기록적 폭염이었다니. 그런데 계절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어쩌면 9월이 되자마자 갑자기 이렇게 가을 날씨로 확 바뀌는지. 가을과 함께 개강을 했다. 몇 편의 김포 원고를 쓰다 보니 알고 있는 김포의 이야기 소재가 동이 났다. 그런데 개강하는 날 같은 건물에 있는 미대 교수를 건물 앞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김포 출신의 교수였다. 혹시나 하고 김포에 소재한 흥미있는 건축물의 존재 여부를 물었더니 대뜸 김포성당을 소개한다. 역사도 오래되었고 자신의 학창시절 추억이 배어 있는 곳이란다. 그래서 김포성당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소나무숲 언덕을 배경으로 구 성당과 새 성당이 함께 놓인 사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차를 몰아 김포로 향했다.. 더보기
사소하게 진부하게 때로는 어떤 이유에서든,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피로도가 고점을 찍는 순간, 회의감, 환멸감 같은 감정에 휩싸인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한 설득의 과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된다. 기록매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당대의 정서와 호흡하지 못한다고, 잊을 만하면 끌려나와 사망선고를 당하는 회화는, 당위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사실은, 회화 매체로 작업하고 싶은 예술가들이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붓을 들고 싶은 자기 자신이었다. 예술가가 되기 전 건축을 전공한 빌헬름 사스날은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그는 1972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소비에트가 무너지면서 불어닥친 ‘격변’의 시대에 20대를 보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