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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단정하게 가르마 탄 머리와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 그리고 칼같이 다림질한 셔츠와 양복을 입고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으로 음악을 켜면서 눈을 감습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가득 찬 덥고 답답한 지하철이지만,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으면 딴 세상이 나타납니다. 과거나 미래로 갔다가 외국으로도 갔다가 그러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여행하다가 갑자기 자동적으로 눈이 떠집니다.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그렇게 다시 현실로 돌아와 회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더보기
로우-컷 김천수의 사진전 (일우스페이스, ~10·2)는 강북의 한 고급아파트를 독특하고 기묘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작가는 개발 당시 갈등과 논란이 빚어졌던 그 아파트를 다양한 거리와 앵글에서 접근했다. 그리고 아파트가 완공되기 이전의 풍경들 또는 설계도와 평면도에서 차용한 아우트라인을 사진 위에 흰색 먹줄로 튕겨 중첩시켰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탐색하려는 문제는 ‘현대 도시의 과밀성’이다. 도시는 한정된 공간 안에 다양한 편의 시설과 많은 인구를 집중시키며 발전한다. 고층 건물, 주차 타워, 상업 지역, 역세권 등 또한 효율성의 논리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작은 폭탄이 터져도, 잠시 정전되어도 도시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효율을 극대화한 도시 재개발이 심각한 갈등을 낳는 것 또한 마찬가지.. 더보기
아모스의 세상 “나는 뭔가 중요한 것을 짓고 싶다. 아니,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아니, 나는 나를 표현하고 싶다.” 세실 에반스 작품에 등장하는 건축가 아모스는 뛰어나지만 악랄하고, 좌절과 분노 사이를 오가는 생활에 익숙하며, 능수능란하게 거짓을 말하는 오만함을 즐기는 백인 남성 건축가다. 그는 사회적으로 꽤 급진적인 요소들을 장착한 공동주택을 설계했다. 도시에 새로운 질서를 제안하고도 남을 이 주택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모스는 “자본주의 시대를 위한 완벽히 개별적이면서도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공간”을 꿈꾼다. 그가 꿈꾸는 생활공간을 만들기 위해 작가 에반스는 ‘이상적 공동사회로서의 집합주택’ 모델로 등장했다는 르 코르뷔지에의 마르세유 집합주택, 모듈화의 기수로 꼽힌다는 모셰 사프디의 해비타트 67, .. 더보기
마음속의 말 누구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입 밖으로 뱉어내고 싶지만 사람들 눈과 귀가 무서워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크게 외치고 싶지만 혼자만의 공간을 찾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마침 혼자 타게 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크게 소리치지는 못하고 소심하게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내뱉어 봅니다. “야, 이 XXX야. 그렇게 살지 마! 너나 똑바로 해!” 더보기
문수산성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여 서해로 빠져나가는 길목인 경기 김포시 월곶면 개곡리에는 개량 한옥으로 지어진 처의 본가가 있다. 그 집 대문 앞에서는 철책선 너머로 북한 땅이 보인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과거 대북확성기를 틀 때면 밤새 시끄러운 대북방송이 이 마을의 밤풍경을 대변해주었다. 이 집의 대청마루에는 처가댁 어른들이 신주 모시듯이 고이 모시는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그 액자에는 처의 선조 할아버지가 고종황제로부터 받은 ‘절충장군 겸 중추부사 겸 오위장’에 임명한다는 교지가 들어 있다. 군인으로서 매우 높은 위치까지 오르셨다는 증표여서 처가에서는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산이다. 할아버지 나이 30세 때 병인양요(1866)가 일어났고 프랑스군과 격전이 벌어졌던 문수산성이 집에서 직선거리로 겨우 5㎞ 떨어.. 더보기
물렁뼈와 미끈액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가 높은 백두산에 다다르는 여정처럼, 동해 추암의 기암괴석은 해안의 절경을 낳고, 상상을 낳고, 전설을 낳고, 소원을 낳고, 믿음을 낳고 ‘촛대바위’가 되었다. 담벼락 위의 얼룩무늬, 진흙수렁처럼 자연이 의도치 않게 연출했을 무질서한 흔적 속에서 형태를 뽑아내라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언은 시각의 오류가 상상의 미덕에 닿는 쾌감을 제공하지만, 그런 연상의 과정은 어쩐지 전형적이고 통속적이다. 울릉도 저동항에 있는 촛대바위는 추운 겨울 일하러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돌이 되어버린 효녀라던데, 추암의 촛대바위는 본처와 소실을 거느렸던 남자란다. 두 여인의 지나친 투기에 하늘이 노해 벼락을 날려 남자만 남겨놓았다니, 에로는 호러와 닿아 있다. 이제는 동해의 시그니처가 되어, 해돋이 출사길에.. 더보기
나의 공간 뜨거운 날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잡다한 생각들을 종이에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어떤 것이 좋을까? 이렇게 그려볼까? 저렇게 써볼까? 이것저것 여러 가지 고민만 하다가 시간만 흘러가 버렸습니다. 마음잡고 그림을 그려보지만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는 잡다한 그림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보기
장면과 날짜 논 옆에 밀짚모자를 쓰고 바지를 걷어붙인 남자가 걸어간다. 농부라고 하기에는 밝은색 점퍼 안에 입은 셔츠와 뿔테 안경이 어색하다. 아무리 봐도 농부가 아니라 관료에 가까운 남자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 경기도 김포에서 모심기에 참석했다. 매년 봄 신문에 등장할 만한 사진으로, 특별한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촬영된 날짜를 살펴보면 모멸감이 치밀어 오른다. 1980년 5월28일, 5·18민주화운동이 진압된 다음날이다. 27일 새벽 3시 광주에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이 진입했다. “계엄군이 쳐들어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애절한 가두방송이 채워지고, 오후 4시10분 계엄군은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들에게 사격했다. 무려 2만5000여명의 군인이 투입되어 오후 5시10분 진압 종료가 선언되었다.. 더보기
연습을 위한 연습 연습이 과정이라면, 그 종착점은 최고의 결과일까. 특정한 행동을 더 능률적으로 해낼 필요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그 행동을 반복하여 몸에 익히는 연습의 과정을 거친다. 연습은 몸에 습관을 입힌다. 익숙해질수록 최고의 결과를 낼 가능성은 높다. 연습에 매진하는 오늘의 땀방울은 빛나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정말 그런가. 연습은 늘, 온전히 ‘다가올 미래’ ‘최종적인 결과’로 빨려 들어갈 뿐일까. 학부 시절에 피아노를 전공한 작가 오민은 쇼팽 이후 위상이 달라져버린 ‘에튀드’에 주목했다. 기계적인 연습 과정을 통하여 악기의 연주 기교와 표현 방식을 습득하여 ‘예술적인’ 다른 곡을 잘 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에튀드, 연습곡. 쇼팽은 기술 향상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다고 여겨진 반복의 지루함을 뛰어넘는 ‘예술성’을.. 더보기
빛나지 않아도 Untitled_hawon1695, 2013 ⓒ김옥선 사진에는 눈부신 제주도의 하늘이나 싱그럽게 푸른 야자수가 없었다. 햇빛이 표백된 회색빛 하늘, 활력 없이 타들어가는 야자수, 모든 것은 볼품없이 회색빛으로 말라갔다. 사람의 얼굴마저도 회색빛으로 보였다. 남성도 여성도, 원주민도 이방인도 아닌, 모두 생기가 빠진 회색인일 뿐이었다. 하늘과 야자수, 사람들까지 사진 속에서는 모두 빛을 잃어가는 회색의 존재였다. 빛나는 백(白)으로 태어나 빛을 잃고 어두운 흑(黑)으로 향하는 회색. 백과 흑, 어느 쪽도 아니면서도 둘을 동시에 지닌 회색. 흙과 먼지가 묻고 점점 녹아가면서 다시 하얗게 빛날 수 없는 눈사람의 회색. 그런 회색빛만 가득한 사진은 ‘모든 존재는 빛난다’거나 ‘저마다 빛나는 순간이 있다’고 말하.. 더보기
빙산 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난리입니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들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저지대 섬나라들은 점점 물에 잠기고, 폭우에 가뭄에 폭염에 지구가 끙끙 앓고 있습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던 우리나라도 언젠가부터 겨울과 여름만 있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올해 뜨겁고 긴 여름을 통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나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겠습니다. 저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컵에 얼음 가득 커피 한 잔을 준비해 봅니다. 더보기
덕포진 김포 서쪽 끝단의 대명항을 돌아보고 차를 돌린다. 진입로를 빠져나와 4거리에 이르니 왼쪽으로 덕포진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좁은 도로를 따라 2㎞ 남짓. 덕포진의 너른 주차장이 나를 기다린다. 주차를 하고 나지막한 언덕길을 오른다. 올라서니 솔밭 사이로 염하강과 그 너머 강화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잔디밭 사이로 포대가 줄지어 있다. 앞쪽에 놓인 포대가 ‘가’ 포대이고 우측 언덕 너머로 ‘나’, ‘다’ 포대가 이어져 총 15개의 포가 설치되었다 한다. 덕포진은 강 건너 강화의 덕진진과 함께 구한말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 때 이 사이를 지나던 프랑스와 미국 함대를 향해 맹포격하였던 격전의 현장이다. 언덕에서 바라보면 멋진 풍광이지만 외세에 대.. 더보기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산 이야기 “한번 산세에 들어서면, 지침을 따라야 한다. 줄을 서고, 버스에 오르고,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산에서 수행되는 완벽한 매일의 군무에 동참한다.”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활동하는 한국계 덴마크 작가 제인 진 카이센은 지난해 여름 백두산 관광길에 올랐다. 북한과 중국이 반씩 나눠 갖고, 이름도 각자 백두산·창바이산이라 달리 부르는 ‘민족의 영산’에 가기 위해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코스, 지린성 동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로 향했다. 연길에서 그는 여러 나라의 언어가 병기되어 있는 간판을 보았다. “중심부로부터 떨어진 세계주의는 다양한 보폭을 허용한다.” 그는 경계를 흐르며 국경을 가르는 강물을 보았다. “국가는 국경에서 자신의 힘을 가장 격렬하게 전시한다.” 남북관계에 순풍이 불면 중국과 남한 개발.. 더보기
더위에 맞서다 더위를 피해 커피숍으로 피신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차가운 음료로 몸속 열기를 가라앉혀 봅니다. 그냥 멍하니 있기 뭐해서 가져온 도구로 그림을 그려 봅니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펜이 가는 대로 마음껏 그려봅니다. 실제로는 더위를 피해 숨었지만, 그림 속에서는 과감하게 더위에 맞서 봅니다. 더위의 끝을 잡고 시원한 파도를 타며 마지막 여름을 즐기는 그림입니다. 이렇게 시원한 상상을 하며, 시원한 곳에서 마지막 더위에 맞서 봅니다. 더보기
떠나는 시선 잘생기고 유능한 패션 사진가 로맹은 어느 날 갑자기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그는 주변에 어긋난 관계만 남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연인, 여동생, 아버지 등 모두 그에게 분명 소중한 이들이지만,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조차 털어놓지 못할 만큼 관계가 소원하다. 유일하게 할머니에게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한 그는 홀로 담담하고 조용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한다.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는 죽음을 앞둔 자의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죽음 앞에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매우 사진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영화는 죽음을 선고받은 후, 콤팩트 카메라로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로맹을 자주 보여준다. 화해하지 못한 연인, 여동생, 아버지 앞에서도 카메라를 드는 그의.. 더보기
아이스크림 열기를 식히려 아이스크림을 먹어 봅니다. 초코를 먹을까? 딸기, 바닐라, 녹차를 먹을까? 허겁지겁 맛을 음미할 틈도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었지만, 입안에 텁텁함만 남고 열기는 식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다시 한번 얼음생수 한 병을 들이켜 보지만 잠깐 그때뿐 열기는 그대로입니다. 이럴 땐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얼음 넣은 시원한 미숫가루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미숫가루 한 그릇 가득 먹고 돗자리에 어머니 무릎 베고 누워 어머니가 살랑살랑 부쳐주시는 부채바람 맞으며 다시 한번 기분 좋게 잠들고 싶습니다. 더보기
유토피아 스테이션 2003년 2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리던 주말, 뉴욕에서 만난 비평가 몰리 네스비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작가 리크릭 티라바니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쟁, 빈곤, 자연파괴, 금융위기 같은 불안감에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지구의 멸망을 예견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토피아’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 키워드는 ‘여기 아닌 어딘가’를 상상하며 ‘지금 여기’를 들여다보는 계기는 될 수 있었다. 기획단은 만남이 교차하는 물리적이고 개념적 장소 ‘유토피아 스테이션’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작가들에게 유토피아에 대한 생각을 담은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이 작업들을 모아 그해 베니스 비엔.. 더보기
빛났던 목소리 솔직히 노회찬에 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를 좋아했다면, 결국 그가 했던 말을 좋아한 것이다. 국내 정치인 중에서 가장 알아듣기 쉽게 말했던 그의 화법은, 정치 고수로 통용되던 김종필식 선문답과 매우 대조적이다. 고도의 복선이 깔렸다는 김종필씨의 말에서 무엇을 했다는 건지, 누구의 잘잘못인지 파악할 수 없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화법으로, 말 바꾸기와 책임회피에 유용한 방식이다. 고수끼리는 통한다는 이 화법에는 시민은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특권의식이 숨어 있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식 동문서답도 노회찬의 화법과 대비된다. 기자의 질문에 횡설수설했던 박 전 대통령의 대답에는 논리가 없다.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려면 논리가 필요하며, 그래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더보기
대명항 유례없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더위에 지쳐 있는 요즈음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탈출하고픈 마음일 게다. 기다렸던 태풍은 아쉽게도 한반도를 비껴가고 어느 지역에 소나기가 내렸다는 소식이 부럽게만 들린다. 시원한 소나기가 그리워지는 요즘, 얼마 전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 찾아갔던 대명항이 새삼 그리워진다. 처의 본가가 김포에 있어서 겸사겸사 처가 어른들을 모시고 집사람과 함께 김포시 서쪽 끝자락에 있는 대명항으로 향했다. 강화도를 연결하는 초지대교 전방에서 우측으로 연결되는 도로로 빠져나오면 대명항이 나온다. 대명항 앞에 놓여 있는 강화해협은 강화도와 김포 사이에 남북방향으로 좁고 길게 뻗어 있어 그 모양새가 꼭 강(江) 같다고 해서 ‘염하강(鹽河江)’으로도 불린다... 더보기
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평생 그림을 탐구하고 실험을 놓지 않았던 데이비드 호크니였지만, 그의 조수이자 동료인 도미니크 엘리엇이 사망한 뒤 몇 달간은 좀처럼 붓을 들 수 없었다.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 방문한 미국에 매료된 호크니는 LA로 이주했고 30여년의 시간을 보냈다. 2004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하늘, 숲, 나무, 꽃을 그리면서,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기후 안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계절감을 만끽한다. 그는 풍경 안에서 순환하는 계절에 따른 생명의 운동, 한계를 알 수 없는 다양성을 보았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 속에서 순리를 만나는 일이었다. 너무 낡은 매체이기 때문에 동시대의 감성을 담을 수 없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세월의 경험을 담을 수 있어서 나이든 사람의 예술이라고도 묘사되는 ‘그림’을 그리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