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B 이민지가 아르바이트를 간 곳은 토익 시험장이었다. 전공을 바꿔 사진을 업으로 삼기 시작했고, 딱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눌 수 없는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길목에서 그도 일자리가 필요했다. 시험장으로 쓰인 어느 교실, 수험표에 알알이 박힌 증명사진들은 마치 취업 원서까지를 겨냥한 듯 반듯했다. 검은색 정장에 깔끔한 머리 모양은 개성 없이 복제된 청춘들 같았다. 토익이라는 것 자체가 개인의 능력을 점수화시키는 방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험에 몰두하는 얼굴들은 증명사진보다는 훨씬 다채로웠다. 그 순간 자신을 포함해 그 공간에 있는 수험생과, 또 그들과 엇비슷한 인생을 살아가는 자신의 친구들이 떠올랐다. 작업 제목은 ‘사이드 B’. B급 인생, 중심이 아닌 변방으로서의 ‘Beside’ 등 알파벳 B로 시.. 더보기 이전 1 ··· 627 628 629 630 631 632 63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