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이 장면은 낯익고도 낯설다. 서양 미술의 오랜 전통 속, 사랑에 빠진 두 남자의 한순간인가 싶다가도 쉽게 들어설 수 없는 누군가의 집, 비밀스러운 일상을 목격하는 듯한 주춤거림을 갖게 한다. 사진의 흐릿하고 부드러운 입자는 몽환적이고도 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쩌면 본디 사랑이란 이 흐릿함만큼이나 유약하고, 그래서 더욱 갈구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벽에 걸린 그림 속 여인은 고통이자 기쁨인 사랑의 모순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연인끼리의 입맞춤을 애잔한 연민의 시선으로 지켜볼 뿐이다. 그 순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뒤섞이고, 사랑을 둘러싼 통속적인 금기도 허물어져 내린다. 김미현은 1985년부터 파리에 살고 있는 사진가다. 정물부터 풍경, 다큐멘터리까지 그녀의 사진들은 부드러운데도 묘하게 .. 더보기 이전 1 ··· 630 631 632 633 634 635 63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