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나날들 바슐라르가 말했다. 집은 인간 존재 최초의 세계라고.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집이 온전치 않으면 인간의 존재가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승훈도 그랬다. 어쩌다 보니 서울에 살면서 유년 시절을 포함, 18번의 이사를 겪었다. 자발적인 이주가 아니라 떠밀리는 표류에 가까웠기에 그는 ‘겪었다’는 표현에 방점을 찍는다. 우연히 살던 동네에 들렀다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그곳에서 향수를 넘어 일종의 당혹감을 느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서울에서 재개발의 바람조차 비껴간다는 것은 무능력과 소외의 다른 표현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동네는 그대로여도, 그곳 낡아가는 건물에는 사람들이 들고나기를 반복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곳을 나와서는 새집으로 옮겨가는 데 성공했을까. 이승훈이 18곳의 좌표를 찍어 보니.. 더보기 이전 1 ··· 628 629 630 631 632 633 634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