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옷이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옷이 아니다. 옷은 모든 입체감을 상실한 채 스스로 배경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면 배경이 옷을 집어삼켜 스스로 옷이 되려는 매트리스적 찰나라고 해야 할까. 옷의 환영 혹은 옷의 변장은 이 옷을 걸쳤을 누군가의 존재감을 옅게 만든다.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서의 옷은 이제 더 이상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채 도판처럼 나열될 뿐이다. 시각 놀이와도 같은 이 착시를 위해 양호상은 1950~1980년대의 옷 천 벌을 수집했다. 복고풍을 택한 건 유행 또한 시대가 요구한 소비의 방식이었음을 드러내고 싶었던 탓이다. 개성은 때로 유행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정받는다. 작가는 촬영한 옷의 배경을 지우고, 대신 옷의 패턴을 복사해.. 더보기 이전 1 ··· 631 632 633 634 635 636 63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