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엄마에게 5·18 민주항쟁의 첫 희생자는 김경철이었다. 어렸을 적 약을 잘못 먹어 귀가 먼 스물여덟의 농아. 국제양화점에서 신발 만들면서 백일을 갓 넘긴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소박한 가장. 광주버스터미널에서 계엄군들이 그를 학생으로 오인해 둘러쌌을 때 그는 구령을 따라 부르지 못해, 진짜 벙어리가 말을 못한다는 죄로 목숨을 잃었다. 말을 하는 이조차도 말문이 막힐 기막히게 억울한 시절이었다. 이제 그는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1-1이라는 번호로 그날의 끔찍함을 증언한다. 그런 아들 곁에서 소복을 입고 선 어머니 임근단 여사.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머리 위편, 잔디 안에 심어진 진갈색 나무에 유독 눈길이 가곤 한다. 그것은 아직 봄이 먼 날들을 버티다 누렇게 변해버린 어머니의 가슴속 같기도 하.. 더보기 이전 1 ··· 791 792 793 794 795 796 79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