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삽과 남근 작년 1월 만난 폭설은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했다. 뉴욕에 사는 친구가 마련한 롱아일랜드의 세컨드하우스를 보러간다는 설렘은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간단히 무시하게 만들었다. 길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속도로에는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미끄러지는 차를 마을 입구에 내버려두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수도가 터지는 등 집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 이튿날. 평상시에는 한없이 아름다웠을 설경이 재앙처럼 느껴지는 건 그날 밤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맨해튼까지 실어다줄 차는 눈 속에 파묻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우리는 눈삽 두 개로 꼬박 두 시간 눈을 퍼냈고, 겨우겨우 차를 몰았지만 길은 아수라장이었다. 9시간의 사투 끝에 맨해튼에 돌아왔을 땐 어깨와 팔에 심한 통증이 .. 더보기 이전 1 ··· 920 921 922 923 924 925 92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