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를 걷다 방병상, 삼성역, 고개숙인 여자, 2001 같은 장소에 머물렀다고 해서 함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 하루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우리는 숱한 얼굴들과 마주쳤지만 그 누구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하릴없이 휴대폰을 뒤적거린다. 도시라는 공룡 뱃속에서는 혹시라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내가 그의 꽃이 될까봐 불안하다. 우리는 그 자체가 섬일 뿐이다. 방병상의 ‘낯선 도시를 걷다’ 연작은 대도시의 익명성과 장소성을 시각적으로 탐색한 탁월한 작업이다. 그의 사진이 포착한 장소들은 너무 낯익어서 오히려 낯설다. 삼성역 주변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무료한 표정들이다. 놀랍게도 북적거리는 그곳에서 시선들은 어느 하나 만나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절묘하게 서.. 더보기 이전 1 ··· 921 922 923 924 925 926 92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