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땅 이갑철, 신촌, 1987 흔들려서 흐릿하지만, 썩 기분 좋은 장면이 아님을 짐작할 수는 있다. 경찰이 젊은이를 붙들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저만치로는 길을 건너려는 행인 하나가 서 있는데 웬일인지 거리는 텅 비었다. 그 뒤로 젊은이 하나가 막 모퉁이를 돌아서려 하고 있다. 멀리서 뒷모습만을 봐서는 그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어중간한 바지통과 머리길이로만 짐작하건대 요즘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림자가 긴 것으로 보아 느린 오후였을 것이다. 신호등도, 담벼락도 모든 반듯한 것들이 기울어진 채로 서 있는 장소는 가 본 듯도 한데 낯설다. 젊은이들이 보이니 대학가일까. 분명한 것은 사진이 계속해서 강박을 선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제대.. 더보기 이전 1 ··· 939 940 941 942 943 944 94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