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 임수식, 책가도 048, 2013 책은 그냥 사물이 아니다. 글쓴이의 목소리가 종이에 스며든 살아있는 유기체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가 누렇게 바스러지고, 군데군데 너덜거리면서 나이든 티를 드러내는 꼴도 영락없이 늙어가는 사람 몸 같다. 이러한 책의 운명은 누구를 임자로 만나 어떤 책과 무리를 짓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정작 책을 한자리에 모은 건 사람이지만, 이렇게 모인 책들의 묶음은 거꾸로 책 주인의 얼굴이 된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서가를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품은 세계와 만난다는 뜻이다. 서가와 문방사우 등을 그린 조선시대 그림에서 착안한 임수식의 ‘책가도’ 연작은 평범한 이들은 물론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책장까지를 아우른다. 그러나 작품은 책장 임자의 이름을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책의 제목, .. 더보기 이전 1 ··· 941 942 943 944 945 946 94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