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무 사려니 숲에서 한 그루 나무가 피어나고 있다. 아무렴 꽃도 아닌데 피어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무는 분명 가지마다 주렁주렁 빛을 매단 채 새롭게 생명을 얻어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깊다 못해 영험한 숲속이나 잔잔하다 못해 그윽한 바닷가처럼 나무가 태어나는 숙연한 장소들은 이 심증을 훨씬 굳히게 만든다. 마치 영화 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자연이 온 힘을 쏟아부어 한 그루 나무에 땅 밑의 모든 기운들을 모아주고 있는 듯한 숙연함마저 든다. 이정록은 이렇듯 한 그루 나무를 성스러운 장소로 옮겨와 새롭게 생명을 주는 일을 벌이고 있다. 이 예사롭지 않은 이정록의 행위에 쓰이는 나무 또한 예사로울 수가 없으니, 작가에게 작품 속 나무는 ‘신목’이나 다름없다. 무속신앙에서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이 만나는 거.. 더보기 이전 1 ··· 960 961 962 963 964 965 96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