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썸네일형 리스트형 구름 그림자 영혼 구름과 그림자와 영혼은 각각 이름이다. 짧고도 깊은 의미를 품은 인디언의 이름인가 싶은데, 모두 반려동물을 부르던 이름이다. 금혜원은 촬영을 하면서 알게 된 이 이름들을 아예 작업의 제목으로 삼았다. 듣고 보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몽실한 애완견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는 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반려동물을 둘러싼 문화 현상은 이제 비켜갈 수 없는 질문이다. 키우던 개의 죽음을 아버지를 떠나보낸 상실감과 동일시하던 친구의 말이 작가로 하여금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를 추적하게 만들었다. 의식으로서의 장례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람과 같은 지위에 있다는 뜻일 것이다. 금혜원은 한국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가 오래되었다는 일본과 미국까지 찾았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더보기 붉은 실 일본에는 이런 옛이야기가 있다. 천생연분은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서로의 손가락을 묶고 있다는. 그러나 운명의 신도 실수는 하는 법이라서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실 또한 살다 보면 끊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후지 요시카쓰의 부모님도 그렇게 해서 각자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이럴 때 문제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묶인 붉은 실이다. 이 실은 연인 사이보다 단단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란스럽던 후지 요시카쓰는 이 붉은 실을 작업 대상으로 삼아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작업은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으로 시작해 자신과 동생의 등장이 잦아지는 두툼한 가족 앨범을 한 축으로 삼는다. 여기에 독립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홀로서기를 촬영해 덧보탠다. 이 과정에서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느슨한 관계.. 더보기 모이세스 마리엘라 산카리와 그의 쌍둥이 언니는 일찍 아버지를 잃었다. 우리가 흔히 모세로 알고 있는 작가의 아버지 ‘모이세스’는 어느 날 스스로 생을 마쳤다. 안타깝게도 어른들의 만류로 어린 자매는 아버지의 마지막 주검을 보지 못했다. 유대인의 전통 때문인지 아니면 죽음의 방식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별 의식을 생략한 채 상실감을 견뎌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자매는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죽음을 내내 의심했다. 아버지는 현실 세계에서는 사라졌지만, 마리엘라의 마음속에서는 이별을 고하지 않았다. 거리를 걷다가도 문득 아버지의 환영과 마주쳤고, 카페 한쪽에서도 아버지를 봤다고 착각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속 아버지도 같이 늙어갔다. 결국 작가는 아버지의 사진과 함께 아버지.. 더보기 살갗의 무게 사진에서 잉크를 녹여낸다는 말을 이해민선에게서 처음 들었을 때 몹시 낯설었다.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사진의 끈적거림이나 물 한 방울에도 얼룩이 번지는 사진의 표면은 익숙한 일이었으나 사진이 애초에 액체 상태였다는 사실에 그다지 예민하지 않았던 탓이다. 사실 잉크라는 물질 없이는 눈에 비친 이미지들은 제 아무리 카메라 렌즈에 빛으로 맺혀도 종이에 닻을 내릴 수가 없다. 그러나 이해민선의 섬세함은 우리가 보는 이미지가 빛과 액체와 고체라는 물성의 전환 과정임을 놓치지 않는다. 하여 그의 작품 속에서 세상 모든 이미지는 비록 허상일지라도 부피와 무게와 질감을 갖는다. 그는 잡지 사진이나 직접 촬영해 출력한 사진의 표면에 특수한 약품을 처리해 잉크를 녹여낸다. 그리고 이렇게 녹여낸 잉크를 질료 삼아 애초 사진.. 더보기 증거 아랍의 봄 때,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다. 다이애나 마타는 처음으로 남편의 고국 리비아의 땅을 밟았다. 소년 시절에 나라를 등진 후 처음 찾아가는 남편에게도 감회가 새로운 여행이었다. 40년이 넘는 카다피 독재 정권 동안 수많은 이들이 투옥되고 실종되었다. 그 명단 속에는 다이애나가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시아버지, 자발라 마타도 포함되어 있다. 반정부 지도자였던 자발라는 1990년 망명지인A 카이로에서 납치된 뒤 여전히 실종 상태다. 납치 5년 후 가족들은 그가 리비아 감옥에서 몰래 부친 편지 한 통을 받았으나 마지막 소식이었다. 고은사진미술관의 ‘두 개의 달’ 전시에서 소개하는 다이애나의 ‘증거’는 이렇듯 실종된 시아버지에 관한 작업이다. 다이애나는 과거 시아버지가 머물던 이집트와 이탈리.. 더보기 바그다드 호텔 영화 는 이라크가 아닌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배경으로 한다. 황량하고 낯선 그곳에서 표류를 시작한 독일인 자스민은 카페 여주인 브렌다를 만나 우정을 싹틔운다.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여성이 서로를 보듬어 가는 영화의 줄거리는 삶의 변두리에 선 이들을 향한 따듯하고 연민 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덕분에 모래바람이 잔뜩 일어나는 외딴 사막도 카페 이름만큼이나 이국적이다. 영화 제목과 비슷한 그랜드 바그다드 호텔은 상상이 아닌 실제의 공간이다. 이곳 또한 바그다드에 있지 않다. 대신 술라이마니야라는 이라크 북부 도시에 있다. 이 호텔과 인근 숙소에는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피해 도망쳐 나온 난민들이 산다. 말이 호텔이지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쪽방에 가깝지만, 그들은 그나마 목숨만은 건질 수 있.. 더보기 가족 앨범 중국 베이징 기차역 근처에 살고 있는 사진가 리우 지에는 매일같이 기차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부모를 따라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한 자신처럼 그들 또한 새로운 삶을 찾아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현재 도시로 떠나온 중국의 이주노동자는 2억5000만명, 대신 시골에는 2000만명의 노인과 5800만명의 아이들이 남겨져 있다. 이런 아이들의 상당수는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지만, 심하게는 아이들끼리만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도시로 떠나온 이들은 쉽게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다. 가진 기술이 없는 농군들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란 공장이나 건설 현장 일용직이 고작이고, 주 6일을 근무해도 몇 푼 안 남는 월급으로 오가는 데만 이틀 걸리는 고향집 방문은 호사스러운 꿈일 뿐이다. .. 더보기 공상 영화처럼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환경 때문일까, 아니면 인류의 어리석음 때문일까. 훨씬 진화한 신인류가 그렇게 멸망한 현생 인류의 흔적을 사진을 통해 발견한다면, 우리네 문명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릴까. 미국 사진가 피터 레이턴의 작업은 이런 상상에서 시작한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극장에 떠맡기다시피 해서 관람한 공상 과학영화는 하필 인류가 핵폭발을 겪고 살아남는다는 내용이었다. 엉뚱한 상상력과 달리 레이턴은 꽤 나이가 많은 작가이니 그 영화는 오래전의 조잡한 영화였는데도 그때의 시각적 경험은 늘 그를 쫓아다녔다. 하필 인류는 그 영화의 예언처럼 핵으로부터 점점 더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반드시 핵이 가져올 재앙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핵을 다룰 만큼 뛰어난 인류라 해도.. 더보기 회색 하늘 2012년 파키스탄 집 마당에서 야채를 줍던 할머니가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아마존이 무인 배달 상용화를 선포하면서 드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드론의 가장 큰 역할은 군사용 무인 비행기다. 포격기의 사격 연습 대상이다가 나중에는 카메라를 달아 정찰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적 깊숙이 들어가 포격을 감행한다. 이제 조종사들은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도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드론으로 공격을 할 수 있다. 누군가의 목숨을 앗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걸어야 했던 ‘거룩한’ 전쟁의 시대는 이렇게 해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자국의 군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 똑똑한 폭격기 덕분에 누군가는 더욱 쉽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다. 벨기에 사진가 토마스 반 우트리베는 드론으로 미국을 겨냥한다. 그의 드론에는.. 더보기 조경사진 집 앞 나뭇가지가 조금만 더 자라면 방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다고 한 친구가 말한다. 집 앞에 울창한 숲이 펼쳐져서가 아니라, 집과 충분한 간격을 두고 나무를 심을 수 있을 만큼 여유 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자 다른 친구는 그런 나무가 없으니 앞집이 너무 훤히 보여서 어떤 반찬을 먹는지도 맞출 정도라고 부러워한다. 더부살이를 하듯 집과 집 사이에 끼여 가까스로 자라는 한 그루의 나무. 건물을 모두 배치하고 남는 자투리 땅에 심겨 당산나무처럼 번듯하지도 않고, 시골 집 마당의 탐스러운 과실수처럼 눈길을 뺏지도 않는 초라한 나무들이 그렇게 일상의 대화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은근 존재감이 있는 식물이었던 것이다. 사진가 유리와는 이렇게 해서 나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경이랄 것도 없는, 하찮은.. 더보기 두 개이면서 하나인 벽에 걸린 팽팽한 빨강 풍선과 식탁 위에서 시들어가는 빨강 풍선은 전혀 다른 물리적 상태에 있지만 실은 같은 풍선이기도 하다. 원래 벽에 걸린 그림은 식탁 위 풍선의 과거 모습이었다. 작가는 사진 속에 보이는 세트를 만든 뒤, 그림을 걸 위치에 풍선을 놓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액자 속에 담을 만큼만 이미지를 오려내어 중국 그림 공장으로 보낸다. 익명의 어느 화가가 자신이 찍은 풍선을 그림으로 재현하는 동안, 그 실제 대상인 풍선은 자신의 ‘초상화’를 기다리며 서서히 늙어간다. 이윽고 중국에서부터 풍선 그림이 도착해 벽에 걸리면 과거의 풍선과 현재의 풍선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물리학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존 세르빈스키는 오히려 물리학자이기에 이런 고민을 시작했.. 더보기 나폴리와 마릴린 먼로 이곳은 나폴리다. 동해안에 있는 카페. 도대체 마릴린 먼로는 어떤 연유로 이곳에서 바닷바람에 치마를 날리고 있는 걸까. 저 흰 원피스를 날리면서 일약 섹시 스타의 자리에 올랐을 때 신었던 샌들을 나폴리 지역 출신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만들었기 때문에? 혹은 한국전쟁 때 강원도까지 찾아와 위문 공연을 해준 답례의 표시로? 이도 저도 아니면 나폴리다운 기분을 만끽하려면 적어도 마릴린 먼로와 황금색 말과 그리스 조각상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카페 주인장의 취향 덕분에? 이유야 어떻든 제 아무리 마릴린 먼로가 유혹한다 한들, 철조망을 넘어 돌격해 오는 용감한 병사가 함께 등장하는 이곳은 나폴리가 아니다. 김전기는 6년 동안 동해안을 따라 난 7번 국도를 누비며,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이 만들어낸 ‘불편한 풍경’.. 더보기 유모와 사진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비비안 마이어와 게리 위노그랜드의 전시가 화제다. 게리 위노그랜드는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의 사회상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담아낸 전설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전문가라면 그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반면에 뉴욕에서 태어난 비비안 마이어는 알 턱이 없었다. 2009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무려 10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지만, 평생을 유모나 가정부로 살았던 탓에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가족도 모아놓은 돈도 없이 말년을 보냈던 그의 사진은 2007년 밀린 창고비를 챙기려는 창고 주인에 의해 처음으로 동네 경매시장에 나왔다. 우연히 이 상자를 발견한 것은 자신이 사는 동네를 재조명해 부동산 값을 올리려 했던 젊은 부동산업자 존 말루프였다. 그는 단지 동네의 옛 모습을 보여주.. 더보기 안녕, 신흥동 지난달 군산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작은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하나 반나절쯤 지내다 보니 따로따로 왔는데 단체 관광객이라도 되는 양 다들 같은 동선으로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파리에서 등산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한국 사람인 것처럼, 맛집이라 소문난 곳에 한 시간씩 줄을 서고, 지도에 박힌 답사 코스를 따라 걷고 있으면 분명 외지인이다. 그곳은 대개가 신흥동, 장미동 등 군산항 일대다. 일제강점기 미곡을 수출하면서 번성했던 군산의 씁쓸한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군산시가 공들여 다듬어 놓은 박물관이나 적산 가옥이 아니라면 이곳 또한 평일에는 쓸쓸해 보일 게 분명했다. 채만식이 에서 그려낸 미곡수탈 시대의 천태만상.. 더보기 매그넘 퍼스트 2006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프랑스 문화원 지하실에서 정체 모를 나무 상자 두 개가 발견되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이 상자에서는 군데군데 곰팡이가 핀 86점의 프린트가 나왔다. 8명의 사진가가 각기 합판 한 장 위에 사진을 붙여 전시한 뒤, 보관을 위해 조잡하게 사진 크기에 맞춰 합판째 잘라낸 흔적이 역력했다. 당사자들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던 매그넘의 첫 번째 사진전의 내막은 마치 사막에서 발견된 미라처럼 무려 50년의 시간을 지나 이런 식으로 출몰했다. 한미사진미술관의 ‘매그넘 퍼스트’는 이 원본을 복원해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시다. 화려하고 세련된 최근 전시 경향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 사진전은 조금 시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예산 기획에 가까운 이 전시가 요즘 사진전의 원조 격이라는 것을 감안하.. 더보기 유진 누구나 멋진 풍경을 그리워한다. 수직 절벽 아래로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와 안개 자욱한 연못을 에워싼 짙은 단풍 숲은 머물고 싶고 소유하고 싶다. 이발소 그림이나 달력 사진은 현실에 몸이 매여 있는 우리를 이런 곳으로 가장 친절하게 데려다준다. 그럼에도 늘 싸구려라는 누명을 벗지 못한다. 너무 진짜 같기만 해도 상투적이고, 진짜만 못해도 촌스럽다. 뻔한 구도와 조야한 색깔은 이런 인상에 한몫한다. 거기에 우리 눈이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는 풍경화의 전통도 이런 선입견을 부추긴다. 김병훈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과연 아름다운 풍경을 달력 사진처럼 재현하면 안되는 것인가. 우리가 관념 속에서 기억하는 풍경과 실제로 가서 맞닥뜨리는 풍경의 오차 폭을 사진에서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를 두고 그는 오랫동안 고.. 더보기 우리가 알던 도시 과거형은 단절이다. 알던 도시는 아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그것은 이미 사라져 버렸거나 아니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우리가 알던 도시’라는 제목으로 강홍구와 박진영이 기록한 도시들을 보여준다. 지진과 해일로 도시가 사라져버린 후쿠시마와 재개발로 몸살을 앓았던 은평 뉴타운은 원인은 다르지만 도시의 실종에 대해 묘하게 보는 이를 자극하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이 실종이 과거형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진행형을 낳는다는 데 있다. 두 작가의 작품 속에 사람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공사장의 철근더미나 폐허 속에 덩그러니 남은 산요 선풍기 등은 과거 그곳에 살았을 어떤 가족, 선풍기 바람을 쐬던 누군가의 운명에 대해 궁금하게 만든.. 더보기 두 명의 경찰관 사진 속에서는 경찰관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둘의 제복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기관의 제복이 이렇게 다를 수는 없으니 둘 중 하나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 공무 수행 중이 아니라 뭔가 연출된 상황인 것인가. 아니면 이들 모두가 제복으로 위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일단 표면상의 의미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 사진은 수많은 의심들로 가득 찬다. 그렇다고 명쾌한 단서를 던져 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보는 이를 한없이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은 작가의 눈속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무언가를 더 말해 줄 여지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사진 속 한 명은 영화 속에서 경찰을 맡은 배우이고, 다른 한 명은 이 영화의 촬영 현장에서 질서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제 경찰관이다. .. 더보기 이동갈비 이동갈비라는 말, 작업의 제목치고는 좀 웃긴다. 그렇다고 경기도 이동면에서 유래했다는 갈빗집만을 소개하지도 않는다. 대신 갈비를 핑계 삼아 ‘이동’을 요구하는 우리 시대의 여가 활용법을 다룬다. 그런데 갈비를 먹기 위해 찾아가는 이 장소들의 구조가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일단 관광버스 수십대가 손님을 싣고 와도 끄떡없을 넓은 주차장과 식당을 갖췄다. 단체부터 연인까지 다양한 취향을 위해, 노래가 가능한 별실이나 오붓한 정자 같은 특화된 공간 구성도 필수다. 여기에 맛보다 더 중요한 핵심은 바로 식탁까지 경치를 배달해준다는 점이다. 실내에 굵은 나무가 통째로 자라는 것은 기본이고, 식당 밖 풍경이 너무 밋밋하다면 수십미터짜리 인공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밥집들은 거의가 도심 밖에 있다. 외곽이라지만 당.. 더보기 제곱미터 새집을 짓고 나서 아직 담장을 두르지 않은 시골 이모 집에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마당을 내다보던 이모가 이렇게 탄식했다. “귀한 흙 남의 밭으로 다 쓸려가겠네.” 평생 논밭을 일궈 살아온 이들에게는 한 줌 흙조차도 허투루 나눠줄 수 없는 생명의 텃밭이었을 것이다. 분신과도 같은 그 흙덩이가 모여 땅이 되고, 그 땅이 꺼지거나 솟아나 산수를 이룬다. 풍경이 애달픈 것은 이렇듯 그 흙에 유전자처럼 새겨진 뭇 생명들의 사연 때문이다. 그러나 풍경 사진 속에서 이런 애틋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적으로 그것들은 너무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어서 어머니가 만지던 흙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특히 카메라야말로 지극히 서양적인 시각화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김윤호에게 사진이 보여주는 풍경은 대개가 눈속임이다. 이런 카메라..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