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넷 마이네케 한슨, 앤드-유즈드 시티, 2019
세상을 향해 열린 눈은, 매 순간, 보았다는 사실마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과 마주친다. 볼거리들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온·오프라인에 차고 넘치는 것들을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루틴 안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과 목적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행동하는가. 그 선택은 어떤 영향력을 갖는가. 기술산업이 인간의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특히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덴마크 출신 작가 시드넷 마이네케 한슨은 가상세계, 로봇, 포르노 등의 소재를 통해 이 질문을 이어간다.
그의 작품 ‘앤드-유즈드 시티’에서, 모니터 앞에 선 관객은 애니메이션 속 인물의 눈에 비친 상을 본다. 게임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화면을 클릭하면, 관객은 비로소 이 캐릭터가 본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그의 눈은, 마치 도시를 감시하는 요원처럼 도시 안의 풍경을 면밀히 훑고 컴퓨터로 만든 가상의 세계를 바라본다. ‘감시자’는 감시망 안에 포착당하고 싶은 마음과 그 망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세상의 풍경을 스캐닝하고, 정보화하는 중일 터이다.
나의 정보는 소중하다며 무작정 감시를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감시자의 기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감시자가 정보로 접수하지 않은 정보는 이제 정보가치를 얻지 못하고,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세상에서 삭제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감시사회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이들과 자기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이들 양쪽의 심리 모두, 누군가에게는 돈벌이가 된다. 그 누군가는 세련된 노출 방식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자본’으로 그들을 독려하고, 가장 난도 높은 보안 장치를 개발하여 정보 보안에 힘쓰는 이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이니, 개인의 모든 데이터가 수익 창출의 기반으로 작동하는 경제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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