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로 알려진 폭압의 시대를 마치고 지난 30년 동안 장애를 지닌 수많은 이들과 함께한 ‘반티에이뿌리웁 지뢰피해장애인기술센터’ 재봉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소피아’. 2011. 캄보디아. ⓒ임종진
굶주리는 이들 앞에 서서 배가 얼마나 고프냐고 이제 묻지 않는다. 절망과 고통에 쌓인 이들 앞에 서서 얼마나 살기 힘드냐는 질문도 하고 싶지 않다. 병들어 누워 있는 이들 앞에 서서 어느 정도 아프냐고 물을 생각 또한 없다. 장애를 지닌 이들 앞에 서서, 그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냐고 묻는 일은,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멸시의 시선을 어떻게 견디어 내느냐는 질문은 정말이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한때 그런 질문과 염려에만 거의 100% 기대고 매달려왔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답을 들은 뒤 마치 세상을 다 바꾸어줄 듯 섣부른 약속으로 그들을 탐해왔던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나의 시간들이 몹시 부끄럽고 안타까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지금은 질문의 내용과 방식이 바뀌었다. 고단한 인생살이의 수위와 척도를 묻는 질문 대신 살며시 곁을 지키거나 함께 걷는 일이 더 많다. 말을 건네야 할 때와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때를 구분하면서 의미 없는 충고와 조언 따위로 마음을 훔치려 하지 않는다. 가만히 시선을 거두지 않거나 귀 또한 열어둔 채 살피고 또 살피는 일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시간이 채워지면 보이지 않던 귀한 삶의 형태들이 내 앞에 펼쳐진다.
나의 작은 심장은 그 형태에 쿵쿵 울리고 들뜬다. 이러한 지금의 내 심장은 10여년 전 캄보디아의 한 지뢰피해장애인기술센터에서 1년 동안 머물렀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몸의 일부는 잃었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는 것에 아무런 저해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감동스럽게 지켜본 때문이다. 올해 마지막 달에 다시 이곳을 찾아간다. 옛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해후를 나누고 오랜만에 그들의 곁에 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들썩거린다. 미리 가늠만 해도 기분이 들뜬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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