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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조증이 만든 천지창조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1508~1512년 바티칸



천지창조를 그릴 때 미켈란젤로는 조각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엄청 투덜거렸다. 천지창조는 그의 나이 37세인 1508년부터 1512년까지 5년 동안 제작된 작품이다. 초기 프레스코 공법을 몰라 피렌체에서 온 몇몇 화공의 도움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축구장 반만 한 크기에 400명 이상의 인물을 거의 혼자 힘으로 그려냈던 것! 옷도 갈아입지 않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5년 동안 꼬박 천장을 향해 누운 채로 말이다. 빵과 포도주만 가지고 사다리에 올라가 천장만을 바라보며 일하던 버릇 때문에 미켈란젤로는 평상시에도 책이나 편지를 위로 들어 고개를 쳐들고 읽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하도 오랫동안 장화를 벗지 않아 나중에 신발을 벗을 때 살점이 함께 떨어져 나왔다는 얘기도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 교황은 라파엘에게 미켈란젤로가 작업하는 모습을 그리게 했는데, 그 그림을 보면 미켈란젤로의 오른쪽 무릎이 부어있고 변형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바로 통풍에 걸려 있었던 것! 당시에는 통풍의 원인이 만성 납중독과 지나친 음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미켈란젤로는 매일 사다리로 천장까지 오르내리는 것이 귀찮아 한번에 며칠간 먹을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올라가 거기서 며칠씩 잠을 자며 그림을 그렸다. 당시 포도주는 납으로 된 용기에 숙성시켰고, 물감 역시 납성분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미켈란젤로는 이중으로 납중독에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천지창조의 기적이 일어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30대 후반이던 미켈란젤로는 조울증을 앓았고, 이 작품은 조증이 한창일 때 만들어졌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르고, 신속하게 사유하고, 재빨리 행동하고, 횡설수설하는 등 쉬지 않고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창조성은 조증의 한 형태이다. 미켈란젤로가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조증이 점점 사라지고 우울증만 남아있을 때가 많았던 것을 보면, 당시 그의 조울증은 분명 신이 주신 선물로 천지창조의 활력이 되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