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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마주함으로 회복하다

대표적 조작간첩 사례인 1979년 삼척고정간첩단 사건 피해자 김순자씨가 당시 연행되어 고문을 받았던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을 찾아 처음으로 찍은 사진. 2017. ⓒ김순자


전시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자신의 내면에 드리운 아픔을 스스로 어루만지며 이루어낸 심정적 회복에 관한 전시인데 모두 당사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구성하는 중이다. 준비과정 속에서 사진의 치유적 역할을 확인하는 놀라운 순간들을 접하곤 한다.


특히 나는 대면이라는 행위를 주목한다. 사진은 마주함, 즉 무언가를 만나게 하는 매개체다. 하나의 존재가 또 다른 존재와 만날 때 구현될 수 있고 대부분 어느 하나만으로는 완성의 형질을 갖기 어렵다. 카메라를 든 이가 사람 또는 사물이나 풍경 등 실재하는 무언가를 대상으로 삼아 일체를 이루고, 셔터를 눌러 물성화된 결과물을 남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상으로 삼는 피사물은 어김없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존의 형태로 마주하게 되는데, 사진의 치유적 기능을 접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성을 먼저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자신의 깊은 심연 안에 존재하는 감정이 그것이다. 기억은 모두 특정한 경험에서 비롯되어 기쁨, 환희 등의 긍정적이거나 절망, 슬픔, 분노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형성화되어 자기 안에 저장된다. 특히 부정적 기억은 외면하거나 회피하기 마련인데 지금 준비 중인 전시의 참여자들은 바로 이 감정에 주목한 사람들이다. 모두 과거 국가권력의 불가항력적 폭력에 심각한 심리적 상처를 입었고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삶을 지탱해왔다.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짓이었을까. 그들이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내면에 드리워진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담아낸 사진들은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듯 아프면서 또한 감동적이다. 이제 세상이 이들을 기억해 줄 차례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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