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한 점을 그리는 데 8~15시간 정도가 걸린다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캔버스가 사람의 맨살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Chadwick and Spector, Mary Magdalene after Carlo Dolci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최소한의 생리적 현상만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팔을 머리 위로 올리거나 등을 구부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 몸이 통째로 굳는 것 같은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드윅과 스펙터는 특이한 작업을 펼치는 팀이다. 이들은 복원 중이거나 세간에 쉽게 공개되지 않는 19세기 이전의 회화 작품을 몸 위에 그린 뒤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다. 그림은 하루 만에 완성하지만, 자료를 조사하거나 해당 미술관을 방문하고 밑그림을 구상하는 등의 준비 기간은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FBI와 런던경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참고 삼아 도난당한 명작을 재현해내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미술사에 대한 정보를 넘어 세기의 도난 사건에 대한 정보에도 ‘빠삭’해졌다.
과거 남성 화가가 주로 여자 모델을 그렸다면, 이 작업에서는 여성인 스펙터가 남자인 채드윅의 몸을 캔버스로 삼는다. 그렇다 보니 원작의 가녀린 모델은 덩치 큰 사내의 신체 굴곡을 따라 새로운 형상으로 자리 잡는다. 원작 속 모델의 눈은 채드윅의 껌뻑이는 눈을 만나 움직이는 생명이 되기도 하고, 막달레나의 슬픈 눈빛은 남성의 얼굴과 포개지면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 채드윅과 스펙터가 작업을 해온 햇수는 16년. 몸 위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멈춘 자세로 있던 시간만 800시간이 넘는다. 그사이 채드윅의 뱃살과 주름은 늘고, 체력은 줄어들었다. 영원할 것 같은 명화도 그 몸의 한계까지를 고스란히 담아 그의 몸속에서 새로운 옷을 입는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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