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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사탕꽃

구성연, 사탕시리즈 c03, 2009



사탕이 달콤하기로서니 작품의 소재가 될 만큼 대단한 물건일까. 그러나 포장을 뜯어낸 뒤 화려한 꽃의 모양새를 갖추면 얘기는 달라진다. 구성연은 우리가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모양의 사탕을 모아 모란꽃을 피워낸다. 실제 모란꽃보다도 더 현란한 그 사탕꽃들은 작가의 손놀림에 따라 두 폭 병풍이 되기도 하고, 화분에 꽂힌 단아한 정물이 되기도 한다. 모양이며 빛깔이 하도 정교해서 볼수록 매혹적인 사탕꽃을 빚어낸 작가의 솜씨는 가히 장인에 가깝다. 어쩌면 그녀가 만들어낸 최종 작품은 사탕꽃이고, 사진은 그저 그 꽃의 기록물에 불과하다는 착각마저도 인다.


그럼에도 구성연이 사탕꽃 아티스트가 아니라 사진가인 이유는 바로 이 착각에 있다. 작가는 본질적으로 가짜인 대상을 찍음으로써 사진이 사실적 재현이고, 사진 속의 것들은 진짜라는 우리의 믿음을 아예 묵살시킨다. 그녀는 아름답고 심지어 맛있게까지 보이는 자신의 작품에 대놓고서 ‘그래봤자 이건 가짜야’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광고를 보듯이 그 맛있는 꽃들을 갖고 싶다는 욕망마저 일어나지만, 가짜를 진짜라고 속이지 않기에 그녀의 사진은 광고사진이 되지 못한다.


구성연은 화려한 가짜를 진짜라고 믿고 사는 우리의 허를 찌르기 위해, 최대한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덫을 놓는다. 구성연의 사진이 예쁘다고 덥석 속아버리면 위험하다. 화려한 것들은 모두 독을 품고 있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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