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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늘

애도공식

애도공식. 2018. ⓒ주용성


사람의 슬픔은 무게나 부피로 측량할 수 없다. 다만 거리가 있을 뿐이다. “이제 그만큼 했으니 그만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그만큼의 거리가 있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러나 불행히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은 거의 없다. 나와 내 가족은 절대로 그런 입장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즈음의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그 해답이 명료해진다. 누구든지, 어디에서나 코로나19에 걸릴 불운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4·16 세월호를 기억하게 하는 그날은 매년 다가오고, 아픈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있다. 주용성은 간접적인 목격자이다. 이곳에 시선을 집중한 채 그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세상이 진실과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 밝히려는 젊은 사진가다.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을 통제하면서 많은 정치인과 공무원 그리고 유가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석자는 추도식을 먼 거리에서 지켜봤다. TV 생중계로 지켜본 세월호 참사와 동거차도에서 바라본 사고해역, 목포항 펜스 너머의 세월호 선체를 떠올리며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거리감에 대해 생각했다. 마지막 추도사가 끝나고 구역별로 조가 나눠진 추도객들은 유족들부터 순차적으로 제단에 올라 분향했다. 마지막 헌화가 마무리되자 무대 위 길게 줄을 선 유족들이 호명 순서대로 위패와 영정을 받아 가슴에 품고 내려왔다. 정부 합동분향소가 철거되기 전 열린 마지막 추도식이었다.” 2년 전 세월호 영결식 이야기다.


<김지연 |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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