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다, 보다’ 연작 2015. ⓒ김지연
어떤 훌륭한 건물도 문을 통해서 들어가지 않으면 그 안을 볼 수 없다. 건물 안뿐 아니라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다. 건물에서 문은 액세서리가 아니라 핵심이다. 아무리 비싸고 멋진 건물이라도 문이 없으면 그것은 한 물체의 덩어리에 불과하다. 우리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그 안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문은 소통의 창구이자 폐쇄와 욕망의 장치이기도 하다. 위엄 있게 잘 갖추어진 고급 빌라, 우주공간을 연상케 하는 초현실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진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나는 건물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문을 먼저 확인한다. 나오는 길을 못 찾을까봐서이기도 하고 공간을 못 본 채 눈앞에서 유혹하는 물체에 갇혀 버리지나 않을까 해서다.
‘놓다, 보다’의 사진작업을 하면서 숲에 오브제를 가져다놓고 촬영을 했다. 숲에 문을 달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자연은 평온해 보이지만 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겨우 살아남았을 것이다. 수만마일을 날아가는 철새가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생존’이라는 명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확실한 경계를 설정해 보고 싶었다. 실존을 위한 자유나 자유를 위한 자유라는 관념을 얼마나 오랫동안 허비하며 살아왔던가. 이제 나는 그 반대편에 서서 그 무언가를 규정짓기 위해 새벽에 뒷산으로 올라가서 문틀을 만들고 문을 달아서 촬영을 시작했다. 자연은 나의 이런 행위가 그릇된 욕망, 무분별한 소유,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