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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천, 분노, 돌에 스텐실, 7.5×19.5×15㎝, 2017년.


처음엔 일본과 중국 목판화의 영향을 받았으나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조직되고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창설되면서 한국 현대판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판화에 관한 사회적·예술적 인식이 아주 낮아 회화의 아류나 인쇄물에 삽입되는 보조수단 정도로 치부됐다.


그럼에도 한국 현대판화의 선각자들은 우리만의 제지술과 인쇄술에 외국의 기술 및 기법을 신속히 접목하면서 자생력을 다졌다. 1970~1980년대엔 독자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했고, 1988년 추계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 판화과가 설치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판화가들도 다수 배출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판화는 조형 영역과 표현 영역에서 확연한 색깔을 드러내며 1990년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판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화랑들과 공방, 작가들은 상업판화를 무차별적으로 양산해 판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으며, 판화만의 특징인 간접성·복수성은 유일성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미술시장에서 되레 약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창의와 기법이라는 판화 교육의 이분화 실패, 유통구조의 한계, 가격 형성의 객관성 결여와 같은 제도적 난제들도 판화의 앞날을 어둡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도 판화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멀티플 개념을 ‘복제’로 이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 판화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기획한 대규모 판화전 ‘판화, 판화, 판화’는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하다. 국내 현대판화의 개념, 매체, 현황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들도 전통 판화에서부터 미디어, 설치에 이르는 확장된 판화까지 고루 포진되어 있어 단순한 역사적 나열을 벗어난다. 김구림의 얼룩진 식탁보, 윤동천의 글자 새긴 짱돌처럼 이것도 판화인가 싶을 만큼 논쟁적인 작품도 있다.


앞서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이래 최초로 한국 서예를 ‘예술의 무대’로 단독 소환한 전시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향후 공예·건축 등 여타 소외 장르에 대한 소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제 관람이 수월치는 않지만, 균형감 있는 기획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그야말로 판화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포함해서 말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pieta999@naver.com>

Posted by K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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