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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양 미술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고흐와 고갱, 세잔으로 대표되는 인상파는 고전 미술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능적 감성을 마음껏 표현했다. 서양 미술은 고대 이집트부터 19세기까지 감각적 대상을 객관적으로 묘사해 왔기에 이 단절은 아주 특이한 사건이다. 이 흐름은 피카소와 마티스, 몬드리안과 바우하우스로 이어져 현대 추상주의 미술과 모더니즘 디자인 양식을 낳았다.


그렇다면 비슷한 시기 한국 미술과 공예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세기 한국 공예의 특징은 달항아리의 재발견이다. 왜 18세기 달항아리가 20세기 한국 공예를 대표하게 되었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지만 굳이 이유를 찾자면 말레비치의 ‘흰사각형’과 같은 러시아 절대주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추상 양식으로서 세계 미술의 흐름을 따랐다고 할까.


달항아리 이전에는 청화백자가 있었다. 청화백자의 화려한 그림들은 청나라 그림책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를 모방했다. 청화백자 이전에는 고려청자가 있었다. 고려청자의 도상들도 12세기 북송의 영향을 받았다. 이런 점에서 고려청자와 청화백자, 달항아리는 모두 중국과 러시아의 미술 양식을 따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도자기에는 서양 인상파처럼 자신의 본능적 감성을 마음껏 표현한 그림이 없을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해주백자(사진)에는 독특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주로 물고기와 꽃이 소재인데 필체가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이다. 그림 양식도 독특해서 어디의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이 그림을 보자마자 “아! 한국에도 인상파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해주백자를 보면 이중섭과 박수근이 떠오른다. 이들은 서양의 표현 기법을 가져왔지만 소재와 표현만큼은 무척 개인적이다. 해주백자 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한 사람의 장인으로서 자신의 본능적 감성을 맘껏 표현했다. 하지만 이 그림들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주변 나라들을 모방하는 기존 관행과 단절한 이 무명의 장인들이야말로 ‘한국의 인상파’라 불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윤여경 디자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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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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