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일의 배 오랫동안 이 사진을 좋아해 왔다. 집 밖으로 가볍게 산책을 나온 듯 편안한 트레이닝 바지에 나름의 감각을 잃지 않게 만드는 빨간색 셔츠의 조화. 녹색 숲을 배경으로 그 빨강은 강렬한 존재감을 발한다. 숲은 깊어 저 멀리로는 초록이 연두로, 다시 연둣빛 하양으로 변해간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스스로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로 숲과 조화롭게 어울린 그 분위기로 인해 그의 시선을 같이 좇을 뿐이다. 강렬하게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장면. 김옥선의 사진집의 표지 사진이다. 함일은 난파선을 탄 채 표류하다 제주에 정착했던 네덜란드인 하멜의 한국식 이름이다. 김옥선은 각기 다른 사연으로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오늘날의 함일을 초상으로 기록했다... 더보기 이전 1 ··· 647 648 649 650 651 652 65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