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흙먼지가 날리는 버스 창가에 앉은 여자도, 소녀도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이 아이는 코피노다. 코피노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가리킨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유학이나 여행, 사업차 필리핀에 머물던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뒤, 아빠에게서 버려진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는 낙태가 불법이다. 소녀가 배 속에 있을 때 이미 아빠는 도망쳐 버린 상태였다. 엄마는 뒷감당이 두려워 다양한 방법으로 사산을 시도했다. 계단을 심하게 오르내리거나 배를 심하게 치는 것은 물론이고 독한 술을 마셨다. 그 충격은 아이의 생명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으나 뇌 기능의 상당 부분을 마비시켰다. 심지어 친엄마마저 혼자서는 앉지도, 서지도, 먹지도 못하는 이 아이를 떠나버렸.. 더보기 이전 1 ··· 876 877 878 879 880 881 88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