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무릇 ‘작품’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이 사진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말해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진 속 그 분은 지금 ‘개’가 되어 있다. 배경에 즐비한 버선과 목걸이로 보아 그 분은 여자도 좀 밝힌 듯하다. 크리스마스 무렵의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평소 사는 멋을 좀 아는 분이었을 텐데 완전히 망가졌다. 술이 원수라거나 ‘망년회’가 한 해를 망친다는 진부한 교훈을 위한 좋은 사례 같기도 하다. 사진가 난다의 ‘기념일’ 연작은 이렇듯 각종 기념일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와 은유로 가득하다. 작가는 기념일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면서, 굳이 직설과 독설을 감추지 않는다. 어버이날의 엄마는 제단에 바쳐진 살찐 ‘돼지’처럼 보이며, 생일을 맞이한 아이는 ‘괴물’처럼.. 더보기 이전 1 ··· 929 930 931 932 933 934 93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