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로 만들어진 남자
밀라노 출신으로 신성로마제국의 궁정화가로 일하며 백작위까지 받았던 주세페 아르침볼도(1526~1593)는 알레고리 그림, 즉 우의화로 유명하다. 아르침볼도는 16세기 마니에리스모(매너리즘) 화가들이 그렇듯이 세련된 고객들을 위해 인공적인 성격이 강한 흥미로운 그림을 그렸다. 그는 1573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별 ‘식물 초상화’ 연작, 즉 ‘조합두상(composite heads)’으로 당대에 인기작가로 부상했다. ‘여름’이라는 인물은 16세기 유럽의 여름에 재배되는 야채와 과일들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복숭아, 마늘, 아티초크, 버찌, 오이, 완두콩, 옥수수, 가지, 딸기, 밀 등이다. 오이로는 코를, 배로는 턱을, 복숭아로는 볼을, 강낭콩으로는 이빨을, 체리로는 입술을, 밀이삭과 밀짚으로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