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터, 기억의 집 무덤은 죽은 자를 위한 곳이 아니다. 죽은 자와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산 자가 만들어 놓은 기억의 집일 뿐. 그러므로 무덤은 산 자들을 지금의 삶에 붙들어 매놓기 위한 생의 장소다. 남겨진 사람은 무덤이 놓인 밭두렁 가장자리, 깊은 숲, 바다가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올라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을 나누고, 소소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남은 생을 함께 산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보면, 무덤이 늙어 봉분의 키는 점점 줄어들고, 떠난 사람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진다. 더불어 무덤을 지켜주던 이 또한 세상을 떠나버리고, 병풍처럼 늘 감싸줄 것 같던 주변의 산과 바다도 모양새를 달리한다. 외롭지 않게, 먼저 떠난 이 옆으로 봉분 하나가 나란히 놓인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갑작스럽게 동생을 떠나보낸 사진가 차경희는 .. 더보기 이전 1 ··· 971 972 973 974 975 976 97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