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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

김제평야의 근대문화재 둘러보기 KTX 매거진 팀과 함께 한 김제, 정읍 근대문화유산답사기입니다. 오랜만에 일행이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전북의 평야를 무조건 호남평야라고 하는 줄 알았더니 평야에도 이름이 다 붙어있습니다. 동진강 하류에 있는 넓은 평야가 김제평야이며 만경강 하루에 있는 것이 만경평야라고 합니다. 이 둘을 합쳐서 김만경평야, 혹은 호남평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이며,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오사카의 상인집단들이 바로 이 곡창지대에 눈독을 들여 땅을 매입하고 소작을 부치고 대농장을 일궜으며 그곳에서 나온 미곡들을 바리바리 일본으로 챙겨갔다는 것이지요. 정읍시 신태인읍 신태인 도정공장 창고 신태인 도정 공장은 2007년 갑작스럽게 철거되고 지금은 빈터만 남아있습니다. 하.. 더보기
6. 그림, 세속으로 내려오다 (2) ##시민계급의 등장과 미술의 변화 미술이라는 장르가 시민들의 품으로 다가온 것은 산업혁명(18C말~19C전반)의 과실을 손에 쥔 도시 중산층들 즉 ‘부르주아’들이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이들은 생산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닦으면서 신분과 문벌을 넘어 세상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 프랑스에서 루이 필리프(Louis-Philippe Ier, 1773~1850)의 7월 왕정이후인 1830년대부터 19세기 후반의 일이다. 이 시기에 들면 도시가 확대되면서 농촌인구가 유입되어 인구는 늘고 철도가 발달하고 대중적인 신문이 발행되면서 시민계급이 확실하게 권력의 주체가 되어갔다. 이들은 경제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취미의 전통이나 문화적 교양이 부족해서 스스로 열등감을 갖고 있었기.. 더보기
6. 그림, 세속으로 내려오다(1) 6. 그림, 세속으로 내려오다 글/ 정준모(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 국민대 초빙교수) 왕권이 강화되던 시기에 등장한 게 바로크(Baroque, 17세기)이다. 이 시기는 교황과 가톨릭 교회가 종교개혁운동으로 인해 그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시기이자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커지기시작한 때이다. 이 때 자신의 권위와 우아함을 백성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왕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가톨릭 교회는 새로운 미술품의 주문자인 동시에 소비자였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화가나 조각가들은 기사작위를 얻는 등 신분상승과 함께 황실과 가톨릭 교회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만나게 된다. 14세기 이전 실질적으로 유럽을 지배한 것은 교황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북부를 중심.. 더보기
다시 가고팠던 곳, 겨울, 화호리 구마모토 화호 농장 미곡창고. 세월에 몸을 맡긴 채 숨을 거둘 날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라는 책을 펴낸 후, 근대문화유산 기행은 우리 부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후 다시 가본 곳도 있고 새로이 가보게 된 곳도 여럿 있었어요. 그 중에서 화호리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첫손에 꼽히던 곳입니다. 화호리라는 지명을 들어보셨나요? 전라북도 여러 소읍 중 하나인 이곳은 번듯한 건물도 화려한 거리도 없는 고요한 마을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문화재청에 소개된 일제강점기 가옥의 주소만 달랑 들고 찾아갔던 화호리. 이곳에 도착했을 때, 묘한 예감을 솔솔 밀려오더군요. 문화재로 등록된 것도 아니고 귀에 익숙한 지명도 아니지만 마을 입구에 서있는 거대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창고 건물이었습.. 더보기
5. 인상파와 후기인상파를 알아 본 최초의 화상 ‘탕기 아저씨’와 고흐의 만남(2) 1886년 고흐가 파리로 나왔을 무렵, 파리는 온통 일본문화(Japonism)에 열광하던 시기이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한 일본문화를 접한 유럽인들에게는 경이의 그것이었다. 전에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과 입체적인 화법을 무시한 평면적인 회화, 단순한 면과 밝고 맑고 그러면서도 화려한 채색 등은 1870년대 파리의 문화계와 사교계를 강타했다. 하지만 일본 미술의 영향과 일본적 취향 그리고 일본풍을 즐기고 선호하는 화가들은 이미 한 둘이 아니었다. 마네, 모네, 로트렉, 보나르(Pierre Bonnard, 1867~ 1947)등의 화가뿐만 아니라 귀족과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포니즘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일본열풍을 뒤늦게 접한 고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문화의 단순하면서도 .. 더보기
보이지 않는 풍경들 얼마전 아이패드를 샀다. 기본적으로 작고 가벼운 컴퓨터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 피씨에 없는 여러가지 기능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앱이다. 여러가지 앱 찾아보고 다운받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 중 꽤 유용한 것이 여행정보나 지도 관련 앱이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만 심각한 방향치인 필자에게는 꽤 도움이 된다. 아이패드나 각동 스마트폰 지도앱들의 특징은 실시간 인터랙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중 어떤 앱은 단순히 작동시키기만 해도 현재 위치를 자동적으로 알려준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할머니 같은 소리가 나올법한 기능들이다. GPS 기능이 있는 이런 지도를 쓰면서 필자는 종종 이것은 우리 시대의 독특한 풍경화라는 생각을 한다. 18세기의 네덜란드 풍경화와 19세기 영국 풍경화가 그 시대 문화의 하나의 아이콘이.. 더보기
군산 기행 두 번째- 크고 높은 집, 히로쓰 저택 옛 군산해관. 군산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입니다. 1920년대의 군산 내항과 그 주변 풍경. 빼곡히 들어찬 가옥과 건물들이 지금보다 더 활기차보입니다 근대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우리나라 곳곳의 크고 작은 도시들, 소읍을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한번도 발걸음 하지 않았던 도시들도 찾아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 도시만의 독특한 풍경을 발견하고 감탄한 적도 많았습니다. 군산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군산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곳입니다. 사대천왕이 있다 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맛있는 짬뽕집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있다고도 합니다. 설경이 지나치게 아름다운 거대한 호수도 있고요. 그리고 구도심의 오래된 가옥들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소위 일제시대의 가옥들.. 더보기
5. 인상파와 후기인상파를 알아 본 최초의 화상 ‘탕기 아저씨’와 고흐의 만남 (1) 5. 인상파와 후기인상파를 알아 본 최초의 화상 ‘탕기 아저씨’ 줄리앙 탕기(TANGUY Julien, 1825~1894)와 고흐의 만남 글/ 정준모(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 국민대 초빙교수) 화랑이 본격적으로 오늘날의 시스템을 갖춘 것은 이미 18세기 중반의 일이지만 여전히 이 시스템에 적용되는 그림들은 귀족들의 호사취미에 봉사하거나 장식적인 그림에 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화풍의 그림, 특히 오늘날에는 고전이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실험적인 미술이나 그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자신의 창작의 자유와 소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자초한 어려운 길을 감내해야만 했다. 특히 이 시기, 즉 산업사회로 이동하고 쁘띠 부르주아(Petit Bourgeois) 계급들이 등장하던 시절의 .. 더보기
4. 로코코시대의 두 거장, 화가 와토와 화상 제르생 4. 로코코시대의 두 거장, 화가 와토와 화상 제르생 글/정준모(국민대 초빙교수,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 Rigaud Hyacinthe 1701년 절대왕정을 완성시킨 루이 14세(Louis XIV, 1638~1715)가 베르사이유 궁전을 짓고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완성시킴으로서 프랑스의 영광을 실현시킨 그 시기부터 섭정시대까지 활동했던 와토는 이런 시대적인 상황과 그의 재능으로 말미암아 이탈리아와 플랑드르지방에 있던 유럽미술의 중심축을 프랑스로 옮겨왔다. 특히 루이 14세가 1715년 사망하자 프랑스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무려 72년이라는 재임기간 동안 소모적 전쟁과 사치로 엄청난 국가 부채에다 과다한 세금으로 허덕이던 프랑스는 어린 루이 15세를 대신해 오를레앙의 필립 공작(Phi.. 더보기
군산에서 만난 근대의 풍경- 군산 내항 근대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우리나라 곳곳의 크고 작은 도시들, 소읍을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한번도 발걸음 하지 않았던 도시들도 찾아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 도시만의 독특한 풍경을 발견하고 감탄한 적도 많았습니다. 군산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군산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곳입니다. 사대천왕이 있다 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맛있는 짬뽕집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있다고도 합니다. 설경이 지나치게 아름다운 거대한 호수도 있고요. 그리고 구도심의 오래된 가옥들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소위 일제시대의 가옥들이 즐비한 신흥동, 월명동의 거리는 말 그대로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풍기죠. 목조가옥, 독특한 지붕과 창문, 한옥도 양옥도 아닌 건물이.. 더보기
행동하라, 무언가에 부딪힐 때까지. 지난해 화제가 된 영화 중에 김지운 감독의 가 있었다. 필자는 전작 의 열혈팬이었지만 비위가 약해서 폭력이 난무한다는 이 영화를 끝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잡지들에 실린 논쟁은 열심히 들여다봤는데 찬반 양론이 격심했던 걸로 기억한다. 실제로 영화를 안봤으니 어느 쪽이건 편을 들 수는 없었지만, 영화가 폭력적이고 잔인하다는 비판에는 수긍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현실이 영화보다 더 끔찍하기 때문에" 폭력 묘사가 정당화된다는 시각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옹호론은 사실 자승자박이다. 이 말은 영화가, 아니 예술이 현실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폭력이 아무리 끔찍해도 영화는 가짜고 현실은 진짜다. 가짜가 진짜를 이길 수는 없다. "현실의 폭력이 영화보다 .. 더보기
'출발'은 가능한가 여행 초보자는 낯선 곳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여행 고수는 낯선 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는 낯익은 곳에서도 낯설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진정한 낯설음’을 체험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여행정보를 얻으려고 인터넷에 들어가면 너무 많은 자료가 쏟아진다. 물론 여행 자료와 실제 여행은 다른 것이니 자료가 많다는 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많은 자료들, 특히 사진들이 상상의 여지를 축소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장소라서 첫 만남이 중요한 경우에는 더 그렇다. 그래서 필자의 한 친구는 "사진도 스포일러"라면서 인터넷 검색할 때 사진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사진만 빼놓고 검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뿐인가. 텔레비전을.. 더보기
옛날 은행에 갔다-인천 개항 박물관(2) 1층 홀은 높은 천장에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어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고급 상점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짙은 목재 바닥과 어울리게 전시대도 유리와 목재로 꾸몄습니다. 붉은 커튼이 내려져 있어 내부는 어둡지만 전시대에는 스팟 조명이 있어 관람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전시물은 인천이 개항한 시기인 1883년 인천을 통해 처음 소개된 근대 문물들을 보여줍니다. 두 개의 이미지가 겹쳐져 입체적으로 보이는 사진기랍니다 전신 업무를 볼 때 사용한 기구들이지요. 전보에 썼던 내용입니다. 경인선 기관차와 기차표 갑문식 도크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인천바다는 수심이 얕고 뻘이 많아 큰 배가 드나들지 못했지요. 일제강점기에 갑문식 도크를 세워 물을 가둬서 배가 드나드는 항구를 만든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인.. 더보기
옛날 은행에 갔다- 인천 개항 박물관(1) 올해가 가기 전에 내셔널 트러스트의 후원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한 달에 만원씩 후원합니다. 큰 돈도 아닌데, 여태 망설이고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이런 단체의 중요성이야 두 말할 것도 없고, 그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행동이 생각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자연과 문화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훼손 위기에 있는 자연물이나 문화 현장을 회원들이 후원금으로 매입하여 자산으로 만들고 그것을 직접 관리하는 단체입니다. 올 봄에 근대 건축 기행에 대한 책을 쓰면서 내셔널 트러스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책 수익금의 일부를 근대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써달라고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부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12월이 되자, 불현듯, 내 이름으로 지속.. 더보기
짬뽕과 인천 나들이-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장(2) 1890년에 세워진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 나가사키에 근거를 둔 은행이지요. 인천이 개항할 무렵, 이곳에 있었던 독특한 건축물들을 모형과 자료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18은행까지 가면 이 여행의 절반은 둘러본 셈이 되지요. 18은행은 인천개항장 건축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천이 개항하던 시절, 청국인, 일본인, 서양인이 한 군데서 각각의 터를 잡고 살던 모습이나,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을 모형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죠. 지금 남아있는 건물 중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제물포 구락부, 일본 제일은행 인천지점, 인천 답동 성당, 인천우체국 등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축물도 있어요. 그래서 인천 중구를 거닐면 백 년 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지요. 전시장을 둘러보면 자료가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더보기
짬뽕과 인천 나들이- 인천 개항장 건축 전시장(1) 그날은 기분이 울적해서 짬뽕이나 먹어볼까 하여 차를 움직였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꽤나 맛있는 짜장면집이 있지만 사람이란 자고로 가던 곳만 꼭 고집하는 버릇이 있기 마련이라, 늘 가던 향원으로 향했지요. 향원은 차이나타운과는 조금 떨어진 신포시장 입구에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신포동에는 거대한 나이트클럽이 어젯밤 과음을 호소하는 듯 거무스레한 몸집을 뒤틀고 있더군요. 거긴 늘 그렇지요. 항구 근처의 어수선한 분위기, 뱃사람들이나 뱃사람의 후예들이 하룻밤 놀다 갈 목적으로 들어가는 대형 클럽, 그리고 낡아서 손만 대면 먼지가 주룩 흐를 것 같은 오래된 건물들. 1924년에 지어진 인천우체국입니다. 이제 이런 건물을 보는 게 새롭게 느껴지는 거죠. 짬뽕과 탕수육을 기다리며 창 밖을 보니 오, 인천우체국.. 더보기
3. 근대적인 미술시장의 탄생-해방과 속박의 경계에서 3. 근대적인 미술시장의 탄생-해방과 속박의 경계에서 글 정준모(국민대 초빙교수,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 예술이 권력으로부터 해방되기까지 예술이 종교적, 봉건적 권력으로부터 해방되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해방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예술과 돈과의 관계를 멀리 유지하려했지만 결국 그들의 해방은 다시 경제적 세력과의 해방과의 싸움을 알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렇게 돈과 예술이 결합하는 것이 오늘의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이 경제와 산업발전에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이들의 욕망은 예술에서조차 만족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언제나 돈으로 거래되었다. 예술품에 대한 욕망은 이미 기독교가 공인을 받기 전인.. 더보기
리듬, 혹은 보이는 것 사이의 틈  월드컵이나 유로 같은 큰 경기 할때만 열올리는 냄비 축구팬이지만, 축구를 좋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축구가 무식한 경기처럼 보여서 관심이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잘 하는 플레이를 본 적이 없어서였던 거 같다. 2002년 월드컵 때 불현듯 축구의 매력을 발견한 후 죽 축구팬을 자처하고 있다.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펼치는 경기에는 한 편의 발레 같은 우아함이 있다. 그것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표현수단인 몸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라 핵심을 꿰뚫는 것 같은 간결함과 깊이를 동반한다. 얼핏 보면 축구는 폭력적이고 무질서해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질서가 작동하고 있다. 더 매력적인 건, 그 질서는 미리 정해진 게 아니라 매순간 실현되면서 드러나는 질서라는 거다. 축구는 .. 더보기
붉은 벽돌에 촘촘하게 담긴 행복 - 풍수원 성당 가끔 성당에 간다. 기도를 드린다기 보다는 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위해서다. 성당 주변에는 작고 소박하더라도 나무 그늘이 있고 걸터앉을 만한 자리도 있다. 마음을 한없이 가라앉혀주는 성모상, 넉넉한 품이 느껴지는 아름드리 나무도 만나게 된다. 마음 속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도 잦아든다. 사람의 소리는 모두 묵음이 되고 자연의 소리만 남아있는 곳. 성당을 거닐 때면 평범하지 않은 소리가 들려온다. 내 발 아래에서 마른 흙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머리카락을 헝클고 도망가는 바람 소리, 나뭇잎에 살짝 얹힌 풀벌레의 가냘픈 움직임. 그런 소리들. 날 좋은 가을날 풍수원 성당에 갔다. 강릉에 1박2일 여행을 떠나던 날, 자동차를 달려 여정을 중간쯤 되는 곳에 풍수원 성당이 있었다. 점심식사도 할 겸 잠시 쉬어간다고 .. 더보기
위대한 사진- <비주얼 어쿠스틱스>와 줄리어스 슐만 지난 주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 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건축사협회에서 주최한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렸다. 는 그 개막작으로 선택된 작품이다. 건축영화제라는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건축물이나 건축가를 주제로 하지만 건물 하나하나, 건축가 한 명 한 명을 스터디하듯이 보여주는 영화는 없었다. 건물을 매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 건물이 있기에 존재하는 수많은 풍경들을 가감 없이 담으면서 그 속에서 건물의 역할, 건축가의 역할을 더듬어보는 작품들이 리스트에 가득했다. 예를 들면, 난해한 현대예술품처럼 생긴 건물을 배경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맨이나, 혹은 벽에 창문을 내겠다며 소음을 일으켜 나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는 이웃의 이야기처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