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간혐오주의자의 시선 드가의 ‘기다림’은 오디션을 기다리는 무용수와 그녀의 엄마를 포착한 작품이다. 그런데 오디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디션을 마친 후의 분위기를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무용수는 오디션에서 실수로 발목을 다쳤는지 혹은 실수한 것이 겸연쩍었는지 발목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엄마는 오디션을 망친 딸을 원망하며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전이거나 후거나 이 장면은 난감하고 처연하다. 엄마와 딸은 동상이몽이다. 같은 의자에 앉아있지만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더구나 고꾸라질 듯 바닥을 향한 딸의 얼굴은 검게 물들었고, 엄마의 얼굴은 무엇인가를 포기한 듯 훨씬 냉랭하고 차분해 보인다. 드가는 어린 무용수들을 수없이 그렸다. 무희들을 그리기 위해 오페라극장의 연간 회원권을 구입.. 더보기 이전 1 ··· 924 925 926 927 928 929 93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