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해가 뜨고 지는 일, 눈을 뜨고 감는 일,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일, 전원을 켜고 끄는 일, 일어나고 잠드는 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 꽃이 피고 지는 일, 계절이 오고 가는 일, 만나고 헤어지는 일, 달이 차고 기우는 일, 태어나고 죽는 일, 새것이 낡아가는 일. 나는 소소한 일, 거대한 일이 촘촘하게 반복되는 세상에 파묻혀 살고 있다. 전통을 거부하는 일이 전통인 예술계에서,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가 음악의 전통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지독하게 단순한 반복이었다. 반복되는 악절을 일치시켰다가 어긋나게 만들고 다시 일치시키는 전개가 되풀이되는 그의 음악은 진부하거나, 지루하거나, 기존 체계에 대한 부정이라고 할 법한 정도의 혁신이었다. 벨기에를 떠나 뉴욕 유학길에 올랐던 무용수 드 케이르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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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운 결심을 하고, 마음을 다독이며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좋은 새해가 왔다. 매일 새로운 하루, 매분, 매초가 다시 오지 않을 새로운 시간이지만 ‘일상’이라는 이름 아래 그 모든 새로움은 빛을 잃는다. 해가 바뀌는 정도는 돼야, 나의 습관을 돌아보고 재정비할 마음이 선다. 명색이 새해인데 목표도 좀 세워야 한다. 목표를 향한 집념이 얼마 안 가 흔들리고, 흐려지다가 다음 새해를 다시 기다리는 상태가 곧 온다 해도, 새해니까, 일단 의지를 세워본다. 죽음에 한 발짝 다가서면서 맞이한 새해니까, 올해를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해본다. 1966년 1월4일, 온 카와라는 ‘오늘’을 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굳이 기억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하루, 또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특별했을 그 하루를 그리는데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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