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의 생각그림 썸네일형 리스트형 뒤죽박죽 꿈속 나라 그동안 꿈을 안 꾸다가 오래간만에 꿈을 꾸었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속 장면 그리고 쓸데없는 나의 상상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한평생을 살며 여러 세상을 여행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위험한 모험도 했습니다. 그렇게 심심할 틈 없이 재미있게 살다가 갑자기 죽으면서 잠이 깨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들이 꿈이었다니…. 멍하니 있다가 꿈속 세상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라져 버린 기억을 짜내어 뒤죽박죽 꿈속 나라를 다시 그려 봅니다. 더보기 예쁜 꽃밭에서 겹겹이 쌓인 색들이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저 밑에 깔린 초록색부터 빨강, 파랑, 분홍, 노랑, 흰색까지 각자의 색을 뽐내면서도 주위의 다른 색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혀 안 어울리는 빨간 꽃에 초록잎까지도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하나의 단색도 강렬하고 이쁘지만, 서로 다른 다양한 색이 모여 더 편안하고 눈이 즐겁습니다. 이런 꽃들처럼 우리들도 혼자 있는 것보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어울릴 때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더보기 구멍 빠져 버렸습니다. 나오려고 해 보았지만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구멍 속으로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다들 구멍에서 빠져나가려 허우적대고 있지만, 아무도 빠져나간 사람은 없습니다. 빠져나가더라도 그것은 잠시. 또 다른 구멍 속으로 빠져 버립니다. 모두들 각자의 크고 작은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지만,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민은 그림자처럼 언제나 나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이상하듯, 고민 없는 사람도 이상할 거 같습니다. 더보기 색이 필요합니다 지하철을 타니 온통 검정 외투를 입은 사람들뿐입니다. 거기다가 요즘 유행하는 롱 패딩을 입고 있으니 거대한 검정 애벌레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 밖으로 나와 보아도 세상은 무채색뿐입니다. 흐린 겨울 하늘과 칙칙한 회색 건물들만 잔뜩 있습니다. 색이 필요합니다.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겨우 찾아낸 것은 살짝 보이는 노란색 목도리와 빨간색 립스틱뿐입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지만 알록달록 예쁜 색들이 보고 싶습니다. 더보기 다짐 2020년 새해를 맞이하여 다짐을 해봅니다. 이루고 싶은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적어 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에게 새해는 달력의 숫자 하나 바뀐 것뿐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을 해봅니다. 운동, 금주, 독서, 글쓰기, 여행 등등. 과연 이 많은 다짐 중에서 몇 가지나 지킬 수 있을지는 또 올해 연말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또 후회하고 또 다짐하면서 무한 반복되는 하루를 그리고 일 년을 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다짐을 행동으로 옮겨 보아야겠습니다. 더보기 기분 좋은 선물 크기가 작아도 상관없습니다. 예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비싸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선물은 어떤 것이라도 받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줍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선물을 고민하고 구입하고 포장한 그 마음이 고맙고 예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보기 선물 고민 크리스마스 선물이 고민입니다. 이제는 다 커버린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말했지만, 산타할아버지는 있다고 꼭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주실 거라고 기다릴 거랍니다. 웬만한 선물로는 감동받지 않는 커버린 아이에게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선물 고민만 하고 있는 저도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고 싶어 하는, 마음만은 아직 순수한 아저씨입니다. 더보기 이웃사촌 도시는 높고 거대한 사각형 건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건물 속은 조그만 사각형 공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각형 공간 안에는 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아래와 위, 오른쪽과 왼쪽, 앞과 뒤에도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먹고 자고 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지만 나를 알려주고 싶지도 않고 상대방을 알아도 아는 체하지 않는, 가깝지만 가장 먼 우리들은 이웃사촌입니다. 더보기 이리저리 정보가 넘쳐나고 매일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보아야 할 것, 읽어야 할 것,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조금이라도 멈추고 딴짓하다가는 이 급박한 시대에서 뒤처져 버립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요즘 새로운 것들을 익히고 알려고 노력은 해보지만 점점 그 속도는 늦어지고 있습니다. 한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기는 힘들어진 요즘 시대 덕분에 억지로라도 머리와 눈과 손을 움직이며 이 시대의 속도감을 익히고 있습니다. 더보기 안 잡아먹어요 안 잡아먹어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냄새도 안 나고 이상한 짓도 안 해요. 겉보기엔 좀 그래도 마음은 착해요. 피하지 마세요. 최대한 팔다리를 모으고 조용히 잠자고 있을 테니 그냥 사람으로 대해주세요. 안 잡아먹어요. 저 괴물 아니에요.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여자들이 아저씨 옆의 빈자리에는 잘 앉지를 않습니다. 여자는 여자들끼리 모여 앉고, 아저씨들은 아저씨들끼리 끼여서 앉아 있습니다. 가끔 여자들 사이의 빈자리에 앉으려면 양쪽에서 째려보는 눈빛이 느껴집니다. 더보기 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며 마음이 설렙니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아쉬움만 가득 남습니다. 그때 그걸 했어야 하는데, 미리 알아볼 걸,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그것을 꼭 먹어보고 왔어야 하는데, 담에 갈 때는 꼭 해야지…. 그렇게 다짐을 해보지만 똑같은 곳을 다시 가기에는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게 아쉬움만 잔뜩 남기고 또다시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 각양각색의 예쁜 단풍, 상쾌한 가을바람, 사람들의 멋진 가을 옷차림까지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은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 같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을 다 풀어 버리고 즐겁게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더보기 에코백 에코백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방입니다. 가볍고 가격도 저렴해서 정장 빼고는 어느 옷에나 다 잘 어울리는 무난한 가방입니다. 가지고 있던 아무 그림 없는 에코백을 바라보다가 직업병이 발동하여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란색을 바탕색으로 칠하고 그 위에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그려 봅니다. 다 그리고 나니 예쁜 노랑 가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들고 다닐 수 있었던 무난한 에코백이 그림을 그려 넣고 보니 이제는 아무나 들고 다닐 수 없는 가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얗게 아무 그림 없던 무난한 가방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몇몇에게만 어울리는 그림 있는 가방이 좋은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더보기 핼러윈 축제 아이들의 축제인 핼러윈 축제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날이 어른들이 재미있게 노는 핼러윈 축제로 변해 버렸습니다. 홍대, 이태원을 중심으로 어른들은 무서운 분장을 하고 거리를 뽐내며 다닙니다. 아이들은 실감 나는 무서운 핼러윈 분장을 보고 무서워 울고, 어른들은 누가 더 멋지게 분장했나 구경하면서 웃고 즐기고 있습니다. 뒤바뀐 축제를 보니 어른들도 놀고 싶었지만, 철없다 할까 봐 그동안 참고 있었나 봅니다. 핼러윈을 핑계로 자신을 잠시 잊고 애들처럼 재미있게 놀고 싶었나 봅니다. 더보기 예쁜 그림 벽에 걸고 싶은 화려하고 예쁜 그림을 그려 달라합니다. 새로 그리기 귀찮아서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을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벽에 걸 만한 예쁜 그림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칙칙하거나 우울한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내가 이렇게 우울하고 칙칙한 그림만 그렸다니 다시 한번 반성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어디에 걸어 놓아도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최대한 예쁜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예쁜 색을 사용하여 예쁜 그림을 다시 한번 그려봅니다. 칙칙한 내 마음도 예뻐지기를 바라면서…. 더보기 가면 속 얼굴 가면을 쓰면 왠지 용기가 생깁니다. 나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껏 욕도 하고, 옷도 내 마음대로 입고, 악플도 실컷 쓸 수 있습니다. 가면을 쓴 동안에는 나는 내가 아닌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가면 속의 나는 언제나 나일 뿐입니다. 계속 그렇게 가면을 쓴 채로, 내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다 보면 어느새 그 가면이 나의 얼굴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더보기 아름다운 마지막 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나뭇잎들은 자신의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초록 몸속에서 가지각색의 물감을 쥐어짜며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들도 단풍처럼 행복하고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한평생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렇게 노력하며 살다 보니 현재의 아름다움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사는 것도 좋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현재의 나와 내 주변의 아름다움도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더보기 말해주세요 그것을 꼭 말로 해야 아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편하게 대놓고 말해 주세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아니면 저는 당신의 속마음을 벌써 눈치채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면서 당신에 대한 헛된 희망을 가지며 계속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보기 나무필통 속 얼굴 길에서 뚜껑이 열려 있는 나무필통을 발견했습니다. 가만히 쳐다보니 입을 크게 벌려 외치고 있는 사람 같아서 그렇게 필통 위에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필통 뚜껑을 움직이면 입도 닫았다 열었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물에는 저마다의 표정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구름 속에도, 얼룩진 벽지에도, 나무 무늬에도, 녹슨 고철 더미에도 자기들만의 표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나의 기분대로 나의 느낌대로 그 표정들도 따라 바뀌어 보입니다. 그런 숨겨진 표정을 찾아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더보기 화가 납니다 요즘은 자주 화가 납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휴대폰을 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학생, 좁은 지하철 의자에서 팔짱 끼고 다리 벌리고 자는 아저씨, 이어폰 없이 휴대폰 스피커로 유튜브 보는 어르신, 좁은 길에서 쫙 펼쳐서 천천히 걸어가는 무리들, 상쾌한 아침 골목길 내 앞에서 걸어가며 담배 피우는 아저씨…. “이런 개XX.” 속으로 욕을 하며 화를 삭여 보지만, 점점 더 싫어하는 것이 많아지고 점점 더 화내는 횟수만 늘어날 뿐입니다. 예전엔 그냥 넘어간 것 같은데 이젠 참아지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도 못하면서 속으로 화만 내며 성격만 나쁘게 변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