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의 생각그림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금 누구를 쳐다보고 있나요?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앞사람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앞사람이 눈을 돌려 나를 쳐다봅니다. 눈이 마주친 나는 괜히 죄지은 기분이 들어 얼른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동물들은 먹을 때나 잠잘 때도 항상 위험에 대비해 주변을 경계합니다. 사람들도 자기 일을 하면서 계속 주변을 경계하고 있지만, 동물의 그것과는 좀 다른 듯합니다. 동물들은 주변의 위험에 대비해 살피고 있지만, 우리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살피고 있습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겉모습만 보고 나를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도 그렇게 서로의 시선을 느끼며 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커피 꽃향기 좋은 커피에서는 여러 가지 향을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재스민, 민들레, 쐐기풀 같은 꽃향기와 딸기와 감귤 같은 과일향과 초콜릿과 땅콩 같은 견과류 향, 그리고 곡물, 나무향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도시의 여러 자극적인 냄새로 둔감해진 나의 코는 그런 다양한 향들을 구분해 맡을 수가 없습니다. 그저 태운 듯한 강열한 쓴 커피 향만이 저의 코를 자극합니다. 점점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지고, 또 그 익숙해진 것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계속 찾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말에 늦잠 자고 일어나 천천히 내려먹는 커피에서는 가끔 그 다양한 향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너무 바빠서 그 다양한 향기를 안 맡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보기 소용돌이 조용히 있던 모든 것들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아래가 위가 되고, 맑고 깨끗하던 것들이 혼탁해졌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던 일상은 태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동안 너무 조용히 편하게 있어서인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가 힘이 듭니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온해지지만, 내 머릿속 깊은 곳에 있는 바다는 여전히 태풍이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더보기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친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직접 말로 하는 전화통화 대신에 모두들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하여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과 이상한 조합의 상형문자들이 섞여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이야기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혹 분위기 파악 잘못하여 글을 올렸다가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잘못된 이미지나 글 하나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평생 나를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문자 대화가 익숙해져 버린 지금은 전화통화가 오히려 실례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조용한 문자 대화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보기 메롱 습기가 늘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생각대로 안되면 바로 화가 나고, 모두들 “메롱~ 약 오르지” 하며 나를 약 올리는 거 같습니다. 퇴근길 꽉 찬 지하철에서는 옆사람의 뜨거운 체온과 땀냄새가 얼굴을 찡그리게 합니다.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려 보지만, 퇴근길의 지하철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럴 땐 찡그린 얼굴을 펴고 휴가 때 찾을 상쾌한 바다를 생각하며 몸과 마음을 식혀 보아야겠습니다. 더보기 파도에 몸을 맡겨 보아요 요즘 서핑이 인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해변은 지금 서퍼들로 꽉 차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인라인이 유행해서 동네 공터에서 모두들 인라인을 타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유행일 때 그것을 안 하면 뭔가 뒤처지는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한번 해보려고들 합니다. 물이 무섭고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저는 인라인도 싫어했고, 서핑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여름휴가 때 맘 편하게 튼튼한 노랑 튜브 끼고 애들과 함께 얕은 바다에서 파도에 몸을 맡기고 노는 것이 저한테는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더보기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 볼까요? 어제는 재미없는 하루였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 볼까요? 어제처럼 평범하고 조용하게 보낼까요? 아니면 새롭고 화려하고 재미있게 보내 볼까요? 오늘도 어제처럼 똑같이 무의미하게 보내기 싫어서, 어젯밤부터 잠도 푹 자두었습니다. 이제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시원하고 편안한 옷으로 멋지게 차려입고 자신 있게 오늘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그동안 고민하며 미뤄왔던 일도 과감하게 결정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도 연락해 봅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 힘차게 밖으로 발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더보기 싸움닭 항상 화가 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폭발할 거 같습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쏟아붓습니다. 마치 독이 올라 볏을 뻣뻣이 세우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싸움닭 같습니다.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화를 채워놓고 달랠 수 있는 조그마한 여유공간을 준비해 놓는다면, 이 싸움을 멈출 수 있을까요? 머릿속으로는 참아야지 참아야지 되새겨 보지만, 얼굴 표정은 머릿속을 거치지 않고 않고 바로 튀어나와 또 싸움닭이 되어버립니다. 더보기 슈퍼 강아지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그 동물을 잘 돌보거나 죽을 때까지 책임질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동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사람만이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목줄과 입마개, 배변봉투로 무장하고 나서야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도시의 개와 사람들은 안쓰러워 보입니다. 저도 예전에 개를 키워 보았지만 힘이 넘쳐나는 개를 외롭게 좁은 아파트에 살게 하고 싶지도 않고, 사랑하는 개가 죽는 모습을 또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시 개를 키우고 싶지만 개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더보기 예쁜 사람 거리에 멋진 남자와 예쁜 여자들이 참 많습니다. 완벽한 화장술과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패션으로 자신의 외모를 자신 있게 표현하고 다닙니다. 비슷하지만 좀 다르게, 다르지만 비슷하게 그렇게 유행에서 멀어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두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더위가 무서워 편안하고 시원한 옷으로 대충 걸치고 나온 저는 저 나름의 패션으로 자신 있게 발가락에 바람을 느끼며 뜨거운 거리를 걸어봅니다. 더보기 작은 악마 작은 악마가 있습니다. 언제나 나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나쁜 녀석입니다. 남 잘되는 걸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만 하고 싶어 하고, 또 언제나 화가 나 있는 나쁜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항상 바깥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하지만, 아직까지 자기 마음대로 나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어둡고 깊은 곳에서 살면서 언제나 밖으로 뛰쳐나올 기회를 노리고 있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작은 악마입니다. 더보기 머릿속 말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한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취소할 수도, 잊어달라 할 수도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아직도 머릿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만 있습니다. 더보기 사랑싸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끝난 줄도 모르는 이 알 수 없는 싸움은 참 애매합니다. 슬퍼하는 친구에게 “그래 잘 싸웠다. 헤어져라 그 사람이 잘못했네. 더 좋은 사람 만날 거다.” 조언을 하고 위로해 주지만, 그다음 날이면 또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괜히 중간에서 조언한 사람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사랑싸움은 끝도 없고 시작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오직 그 둘만의 싸움입니다. 더보기 표정 사람들의 얼굴을 그릴 때 작은 선 하나만 잘못 그어도 그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화난 얼굴로 바뀌기도 하고 나이 든 얼굴이나 멍청한 표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잠시 찡그리거나 웃기만 해도 얼굴에 생긴 작은 주름 하나가 우리의 인상을 바꾸어 버립니다. 하루 종일 찡그리며 화난 모습인 사람도 있고, 잔잔한 미소를 띠며 웃는 모습으로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잘 웃지 않는 나를 가끔 발견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얼굴에 예쁜 작은 선 하나 그어서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겠습니다. 더보기 이상한 구조물 너무 계획 없이 만들었나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것은 멋지고 튼튼해 보이는데 제 것은 불안하고 이상해 보입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만들었더니 아슬아슬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계속 수리하면서 억지로 쌓아 올리고는 있지만,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태풍이 불어올 수도 있고, 쓰나미가 몰려올 수도 있는데, 내가 만든 것이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앞일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그때를 대비해 계속 이것저것들을 보강하고 교체하면서 최대한 수리해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더보기 꽃밭 골목 담벼락 밑 조그만 화단에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이 잔뜩 피어 있습니다. 달력의 숫자는 아직 봄이지만, 날씨는 벌써 한여름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계절을 앞질러 뜨거워진다 해도 꽃들은 순서대로 계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쁜 봄꽃들은 화려한 색과 예쁜 꽃가루를 자랑하며 꿋꿋이 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여름 땡볕 같은 날씨지만 봄꽃의 자랑이 끝난 다음에야 여름이 올 수 있습니다. 더보기 목욕 물에 몸을 담근 채 얼굴만 내어 놓고 있습니다. 물의 힘으로 나의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뜨거운 물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힘이 빠집니다. 몸이 스르르 떠올라 무중력 상태가 됩니다. 안경 벗고 잘 보이지 않는 눈앞에는 뿌연 수증기만 가득합니다. 그것이 더 물의 온도와 어울려서 몸과 마음을 몽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온몸의 힘이 빠지고, 또 그동안 몸 곳곳에 쌓여있던 피로도 사라져 버립니다. 더보기 라푼젤 동화 속 라푼젤처럼 깊은 숲속 높은 탑에 홀로 갇혀 있다면 어떨까요?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친구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없다면…. 그런데 현실 속 우리도 동화 속 라푼젤의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습니다. 사는 데 바빠서 멀리 떠날 수도 없고,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기도 힘듭니다. 동화 속 라푼젤은 탑에서 그녀를 구해 줄 왕자님이라도 있지만, 자기 힘만으로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탈출해야 하는 현실 속 우리는 라푼젤보다 더 힘든 상황입니다. 더보기 사랑의 크기 사랑의 크기를 잴 수 있을까요? 내가 그대를 더 사랑하는지, 그대가 나를 더 사랑하는지? 서로 사랑할 때는 그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없다가, 헤어지고 나서야 그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그대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를. 더보기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 우리들은 같은 공간에 모여 있지만, 서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해 적당히 알고 있지만, 또 적당히 모른 척도 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불편하고, 또 너무 멀어지면 소통이 안됩니다.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반복합니다. 부딪힐 듯 부딪히지 않으며, 사랑할 듯 사랑하지 않으며 살고 있습니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