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로 만들어진 남자
밀라노 출신으로 신성로마제국의 궁정화가로 일하며 백작위까지 받았던 주세페 아르침볼도(1526~1593)는 알레고리 그림, 즉 우의화로 유명하다. 아르침볼도는 16세기 마니에리스모(매너리즘) 화가들이 그렇듯이 세련된 고객들을 위해 인공적인 성격이 강한 흥미로운 그림을 그렸다. 그는 1573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별 ‘식물 초상화’ 연작, 즉 ‘조합두상(composite heads)’으로 당대에 인기작가로 부상했다. ‘여름’이라는 인물은 16세기 유럽의 여름에 재배되는 야채와 과일들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복숭아, 마늘, 아티초크, 버찌, 오이, 완두콩, 옥수수, 가지, 딸기, 밀 등이다. 오이로는 코를, 배로는 턱을, 복숭아로는 볼을, 강낭콩으로는 이빨을, 체리로는 입술을, 밀이삭과 밀짚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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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존재들
예수와 4복음서 저자들, 12-14세기, 생 트로핌 대성당, 아를르, 프랑스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 가면 날개 달린 존재들이 출몰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채색사본, 팀파눔, 조각상 등에 나타나는 그들은 4복음서 저자들이다. 특히 초기 기독교에서는 복음서 저자들을 날개 달린 피조물로 표현했다. 마태는 날개 달린 사람으로, 마가는 날개 달린 사자로, 누가는 날개 달린 황소로, 요한은 독수리로 그려지곤 했다. 마태복음은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와 같이 예수가 콩가루(?) 같은 인간 족보를 가졌다는 사실, 즉 예수의 인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람을 상징물로 사용했다. 마가복음은 서두가 사자의 포효하는 울음처럼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 요한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사자를 상징물로 삼았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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